[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KCGI자산운용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를 강화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KCGI 산하에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KCGI대체투자운용)가 존재해 먹거리가 겹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KCGI는 공모와 사모 영역으로 두 운용사의 역할을 분담키로 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의 초대 사령탑에 오른 김병철 대표는 4대 중점 과제로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연금 자산 수익률 제고 ▲글로벌 투자 확대 ▲종합자산운용사로서의 역량 강화를 꼽았다.

특히 이 가운데 종합자산운용사로서 위상을 키우겠다는 데에는 대체투자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의 전신인 메리츠자산운용 시절 전통자산(주식‧채권) 투자에 주력해 왔던 터라 대체투자를 키워 포트폴리오의 균형추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조6426억원 규모인 KCGI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에서 대체투자(부동산‧특별‧혼합) 자산의 비중은 32%(8396억원) 가량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종합자산운용사로 인정받겠다는 김 대표의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새 주인이 된 KCGI(강성부 펀드)에는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또 다른 하우스인 KCGI대체투자운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KCGI대체투자운용은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을 전신으로 하는 곳으로, 이번 KCGI의 메리츠자산운용 인수에 맞춰 간판을 교체했다.

대체투자에 특화된 운용사를 계열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KCGI자산운용이 부동산, 인프라 등 관련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긴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간의 시선에 대해 KCGI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도록 역할을 분담해 양사가 동일한 투자건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KCGI자산운용은 공모방식의 펀딩에 주력하는 한편 KCGI대체투자운용은 사모펀드 조성에 집중하기로 가르마를 탔다.

이를 위한 조직 재정비도 분주히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KCGI자산운용은 메리츠 시절 팀 단위였던 대체투자 관련 부서를 본부급으로 격상시켰다. 대체운용본부장은 AI(대체투자)운용팀을 총괄하던 한철기 수석이 맡는다. AI운용팀 일원이던 김태헌 부장, 이지은 부장, 김형순 사원이 호흡을 이어간다.

KCGI대체투자운용은 전통자산에서 손을 떼고자 기존의 주식운용 인력을 KCGI자산운용으로 이관한다. 목대균 전 케이글로벌자산운용 대표가 CIO(최고투자책임자) 자격으로, 강영수 이사가 신설된 글로벌운용본부를 이끌 임원으로 KCGI자산운용에 합류했다. 이어서 실무자급 인력 1명도 KCGI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길 예정이다.

KCGI자산운용 관계자는 "대체운용본부에 인력을 보강해 부동산, 인프라 등에서 다양한 투자기회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KCGI대체투자운용 관계자는 "전통자산을 제외하고 대체투자 중심으로 조직을 꾸린 만큼 전문성 제고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