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금융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명성이 대주주 변경 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과 소통의 장으로 애용된 지역 사무소가 폐점된 데 이어, 서울 북촌 본사마저 문을 닫을 수 있는 처지에 놓여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운용은 KCGI 컨소시엄으로의 대주주 변경과 맞물려 본사 이전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본사로 사용 중인 서울 종로구 북촌의 계동빌딩(지하 1층)을 떠나 서울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 빌딩에 새 둥지를 마련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시장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IFC 빌딩은 메리츠운용의 새 주인이 될 KCGI의 거처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다 보니 본사 이전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 이전이 성사되면 메리츠운용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여 만에 계동시대의 막을 내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메리츠운용의 본사 이전이 이뤄지면 금융교육 메카로서의 명성이 완전히 퇴색할 거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IFC 빌딩은 내부 보안이 철저해 투자자 접근이 어려운 터라 영업점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강연 장소로 활용하는데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메리츠운용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계동빌딩에서 펀드, 연금, 보험 등 다양한 주제로 금융교육을 해 왔다. 4층(3층~지하 1층) 규모의 꼬마빌딩으로 외부인 접근이 용이하다는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메리츠운용은 지역 사무소에서도 강연을 진행하면서 '금융교육에 진심인 운용사'로 통했다. 부산, 광주, 대구에 '펀드익스프레스'란 이름의 사무소를 마련해 지역 투자자들과 만남의 장으로 활용했다. 존 리 전 대표는 물론 소속 매니저들이 직접 사무소를 찾아 오프라인 교육을 진행했다.

펀드익스프레스는 보안 시설이나 인력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영업점 명패를 달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주 직원과 상담 후 '직판(직접판매)앱'을 통해 상품 가입이 가능해 메리츠운용의 영업력에 보탬이 됐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리츠운용의 트레이드 마크인 펀드익스프레스는 현재 자취를 감춘 상태다. 지난해 8월 메리츠운용은 사무소 3곳의 폐쇄 결정을 내렸다. 이는 이보다 두 달 앞서 불거진 존 리 전 대표 사태의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문맹 퇴치의 선봉장격이었던 존 리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나게 된 만큼 지역 사무소의 존립 이유가 사라졌던 것이다. 또한 카페 형식으로 마련한 또 다른 소통 창구인 부산의 '펀드카페'도 영업을 종료했다. 본사 이전설이 불거지자 일각에서 금융교육 메카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거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금융교육에 얼마나 투자할 지 의문"이라며 "남은 송파센터도 대주주가 바뀌면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본사가 이전할 수도 있다는 소식은 보도를 통해 접했을 뿐 내부에서는 오고가는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