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지난해 존리 전 대표의 사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메리츠자산운용이 대대적인 책임운용역 교체를 단행했다. 박정임 전 주식운용팀장을 대신해 김홍석 CIO(최고투자책임자)가 시그니처 펀드의 운용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일부에선 운용인력이 바뀐 배경을 두고 메리츠운용 내부의 역학관계가 작용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운용은 최근 11개 집합투자기구(펀드)에 대한 책임운용역 변경을 단행했다. ▲메리츠더우먼증권투자회사 ▲메리츠샐러리맨증권자투자신탁 ▲메리츠주니어증권자투자신탁 등 메리츠운용의 시그니쳐 펀드 운용을 전담하는 매니저가 기존 박정임 주식운용팀장에서 김홍석 CIO(최고투자책임자)로 바뀌었다. 최근 박 팀장이 회사를 떠나게 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메리츠운용에 재합류한 김 CIO가 이를 인계받게 된 것이다.

김 CIO는 메리츠운용과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딜로이트FAS, 스커더인베스트먼트 등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김 CIO는 지난 2013년 5월경 메리츠운용 대표이사를 맡은 이력이 있다. 다만 그의 CEO 직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4년 1월, 존리 전 대표가 부임하게 되면서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김 CIO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상무)로 이동해 스커더인베스트먼트 선배이기도 한 존 리 전 대표와 함께 메리츠운용을 이끌어 나갔다.

간판 상품인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명성을 쌓아 온 김 CIO는 지난 2021년 12월, 메리츠운용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텄다. 9년 가량 몸 담았던 메리츠운용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중소형사인 피아이엠자산운용 부대표로 이동했다. 그러나 김 CIO는 9개월여 만에 메리츠운용에 복귀하게 된다. CEO와 CIO를 겸직해 온 존리 전 대표가 불미스런 사태로 퇴진하게 되면서 소방수로 급파된 것이다. 존리 전 대표의 후임인 이동진 대표를 도와 메리츠운용을 재건할 적임자로 낙점됐다는 게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즉 지난해 9월 '운용사의 꽃'인 CIO로 복귀한 김 CIO가 11종 시그니쳐 펀드의 운용 실무를 도맡으며 영역을 확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책임운용역 교체를 두고 메리츠운용 내부에서는 껄끄러운 분위기가 연출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목이 쏠린다. 박정임 전 팀장의 퇴사가 자의반 타의반에 의한 이뤄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존 리 대표의 뒤를 이어 새롭게 꾸려진 경영진(이동진 대표·김홍석 CIO)과 박 전 팀장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고, 결국 박 전 팀장이 회사를 떠나는 걸로 매듭이 지어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박 전 팀장은 지난 2019년 2월, 존리 전 대표가 영입해 온 인물로 업계선 '존리 키즈'로 불리기도 한다. 존리 전 대표가 입사 다섯달 만에 자신이 운용해 오던 '메리츠주니어', '메리츠더우먼' 등을 박 전 팀장에게 물려 줄 만큼 강한 신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존리 전 대표가 불법 투자 의혹을 받고 퇴진한 뒤에는 주식 섹터 운용을 전담해 왔다.

이와 관련해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운용사에서 특정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 교체는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라며 "(공백이 된)주식운용팀장을 새롭게 채용할 계획은 당분간은 잡혀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