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는 물론 배터리 핵심광물의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 셀 제조업체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들까지 앞다투어 핵심광물 확보에 직접 나서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리튬 공급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대로 완성차 업체의 공급망 지배력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와 황산코발트 장기 공급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황산코발트는 양극재 주재료 중 하나로, 고성능·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원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일렉트라로부터 1만9000톤 규모의 황산코발트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앞서 이달 초 LG에너지솔루션은 칠레 SQM과 7년간 총 10만톤 규모 리튬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공급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이며, 단일 구매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조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됐다. IRA법에 따르면 전기차 세액공제는 배터리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해야 받을 수 있다. 이 비율은 매년 10%p씩 올라 2027년에는 80%를 충족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배터리 셀 제조사가 직접 핵심광물 확보에 나선 점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은 원자재 채굴→가공→소재 생산→배터리 생산→전기차 생산 등의 단계를 거친다. 배터리 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 제조사로부터 양극재를 받아 배터리를 생산하면 되지만, 직접 핵심광물 구입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방식을 취하는 배경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자리잡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둘 핵심광물 확보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GM은 지난해 미국 필라델피아 리벤트로부터 남미 광산에서 채굴한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올 1월에는 캐나다 광산업체인 리튬 어메리카스에 6억5000만달러(8000억원)를 투자했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북미에 총 3개의 합작공장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인 업체다. 

미국 포드도 미국 앨버말, 칠레 SQM, 캐나다 네마스카리튬으로부터 수산화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외에 스텔란티스, 현대자동차도 다수의 광물업체와 공급 협정을 맺고 직접 핵심광물을 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리튬 공급부족 사태 가능성도 제기된다. S&P글로벌플래츠는 2030년 글로벌 리튬 수요가 2021년 50만톤에서 2030년 200만톤으로 늘어나고, 리튬 부족량이 22만톤에 달 것이라고 추정했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초기 시장부터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협상력 우위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광물 확보전에 참전하면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원재료부터 공급망을 지배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협상력은 그만큼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의 핵심광물 확보는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 배터리 내재화 수준의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광물업체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공급망 다변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광물을 자체 확보하면서 공급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며 "향후에도 해외 광물업체와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