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가운데 배터리 핵심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산업 생태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도와 수입선 다변화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배터리 핵심소재 수산화리튬 수출은 39억달러로 전년 대비 412% 증가했다. 이중 76%가 한국으로 수출됐다. 여기에 올해 1분기 한국의 수산화리튬(산화리튬 포함) 수입액은 22억달러로 1년전보다 490% 급증했다. 

리튬은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으로 구분된다. 수산화리튬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고밀도, 고용량이 필요한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탄산리튬은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쓰인다. 소형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 30g 들어가지만 전기차 중대형 배터리에는 30~60kg가량 들어간다.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에 따라 리튬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19.5% 성장해 2035년 5256기가와트시(GWH)에 달할 전망이다. 

문제는 중국이 리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튬 매장량은 6% 수준이지만 전체 리튬 제련시장의 65%를 잡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채굴한 리튬이 중국으로 운반돼 탄산리튬, 수산화리튬 등 고순도 리튬화합물로 제련되는데, 그간 환경문제로 대부분의 제련 작업이 중국의 공장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이 장악한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명운을 좌우할 과제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이 리튬 확보를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배터리 등 여러 산업에 위협적이다.  

이 가운데 미국은 국내 기업에 '탈중국'을 주문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계획이다. 

IRA 규정상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리튬·니켈·망간·흑연·코발트 등)의 40% 이상을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 혹은 가공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2027년에는 80% 조건을 맞춰야 한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 차원에서 핵심소재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지난 2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리튬 등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50%로 낮추는 내용의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까지 전략 핵심광물의 광업권, 매장량 등을 담은 글로벌 광산지도를 개발한다. 내년까지는 생산 현황, 공급망 분석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핵심광물 수급지도'를 만들 계획이다. 더불어 10년 만에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도 재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IRA가 이미 발효된 가운데 정부의 대응이 한 발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베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가 달린 문제"라며 "정부는 핵심소재를 확보할 전략을 보다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