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삼성물산이 1조70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말라(AMALLA) 프로젝트 입찰 컨소시엄에 불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기대만큼의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할 경우 남겨진 국내 기업인 한국동서발전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는 아말라 프로젝트 입찰을 앞두고 컨소시엄 유지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번 프로젝트의 수주 성패가 올해 해외건설사업 수주 실적과 직결되기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말라프로젝트는 역대급 규모를 자랑하는 네옴(NEOM)시티 프로젝트의 전초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사업성 검토를 마치고 아말라 프로젝트 입찰 참여 포기를 고민하고 있다. 아말라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개혁 조치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탈석유경제 전환 사업이다. 홍해 북서쪽 해안 사우디아라비아 아말라 지역 3800㎢ 규모의 용지에 호텔 25개와 쇼핑센터, 주거용 빌라·아파트 800개 등을 조성한다. 총 사업비가 1조7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에선 한국동서발전과 KIND, 삼성물산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국영회사 마스다르, 수에즈(SUEZ)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 입찰 신청을 완료했고 아크와(ACWA)파워 컨소시엄과 중국 산둥전력건설제3공정공사(SEPCO-3) 컨소시엄 등 2곳이 경쟁사로 참여했다. 입찰 결과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나올 예정이다.

한국동서발전은 지난달 아말라프로젝트 참여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삼성물산은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컨소시엄 내부에서 삼성물산이 만족스러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불참을 고민하는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회사의 컨소시엄 불참 결정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컨소시엄 이탈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입찰을 포기할 만한 상황이 아니고 유관부서에서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동서발전 컨소시엄에서 삼성물산은 수에즈와 합작한 정수·폐수 처리 기술력을 아말라에 들어설 호텔 등에 공급한다. 한국동서발전은 태양광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공급을 담당한다. KIND는 지분 출자와 대출 등을 활용해 사업비를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의 컨소시엄 불참이 확정되면 한국동서발전이 사업 수주에 성공한다 해도 사업비 재원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개발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인 KIND 입장에선 삼성물산의 이탈로 사업에 참여할 동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이 단독으로 수주전을 이어가도 수주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에 지켜봐야 하지만 삼성물산의 이탈은 KIND의 컨소시엄 철수까지 야기할 수 있다"며 "발주처 입장에서 핵심 컨소시엄 2곳의 이탈로 사업 매력이 떨어지면 한국동서발전이 단독 입찰을 진행한다고 해도 수주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