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루닛의 암 영상 진단 솔루션이 암 진단에 2명의 의사가 필요한 유럽에서 1명의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루닛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유용성을 입증해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유럽 규제기관과의 논의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현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산하 유방암 전담 조직(Initiative for Breast Cancer)과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루닛 인사이트 사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유럽은 타 국가들과 달리 암 진단에 이중 판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 2명의 의사가 암을 진단해야만 확진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제화 돼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유럽의 특수성은 루닛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아직 인공지능(AI) 진단은 의사를 대체할 수 없고 보조의 영역으로 한정되는데 유럽에 한정해서는 진단에 필요한 2명의 의사 중 1명의 의사를 대체할 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루닛과 유럽 규제당국 간의 논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안다"며 "지금 분위기로는 루닛 인사이트가 유럽 의사 1명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도 유럽 규제당국이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루닛이 전세계 '리얼월드 데이터' 등을 통해 루닛 인사이트가 안전하고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리얼월드 데이터(RWD)는 의료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실사용 임상 데이터'를 뜻한다. 통제된 환경에서 평가지표 달성을 위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허가 목적의 임상 데이터와 달리 RWD는 환자 진료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획득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의료진의 신뢰도가 높다.

루닛은 2021년 4월 1일부터 2022년 6월 9일까지 1년 넘는 기간 동안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활용해 유방암 검진을 받은 스웨덴 여성 5만5579명을 대상으로 실제 의료환경에서의 AI 도입 가능성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전문의 2명, 루닛 AI+전문의 1명, 루닛 AI 단독으로 진단하는 경우로 나눠 각각의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가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을 더 많이 발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하더라도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것과 비교해 암 발견율이 열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루닛 AI와 전문의 1명을 결합한 경우 전문의 2명이 판독한 경우보다 암 재검사를 위해 환자를 다시 소환하는 리콜률(Recall Rate, RR)도 낮았다. 루닛 AI 단독으로 판독한 경우 전문의 2명이 판독하는 경우보다 리콜률이 현저히 낮았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유럽 규제당국이 루닛 인사이트 리얼월드 데이터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며 "의료현장에서의 결과다 보니 당장 적용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 규제당국과 루닛의 논의 결과도 곧 외부에 공개될 전망"이라며 "AI가 유방암 검진의 표준이 되면 관련 매출도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루닛 관계자는 "(의사 1명을 대체할 수 있도록) 유럽 내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며 "해외 다양한 의료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임상가치와 유용성을 확인한만큼 의료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