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이경재 기자] IMM컨소시엄(IMM)이 지분 80%를 보유한 현대LNG해운 매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HMM이 희망 매각가인 8000억원을 한참 밑도는 3000억원을 제시해서다. 시장에서는 원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평가받지 못한 IMM이 다른 원매자를 물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이 진행하고 있는 현대LNG해운 매각작업에 HMM이 인수자로 참여했다. HMM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구성원들과 인수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끝에 본입찰 마감 마지막 날 참여를 결정했다. 정부에서 LNG선사가 해외에 매각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원 주인인 HMM이 나서기로 했다.

다만 IMM이 만족할 만한 금액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HMM은 약 300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IMM은 경영권프리미엄을 포함해 7000억~8000억원 수준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일 경우 IMM은 원금손실이 불가피하다. IMM은 지난 2014년 현대LNG해운을 인수하며 약 5000억원을 투입했다. 총 인수금액은 1조300억원이었으나, 계약서상 부채(5000억원)를 떠안는 조건이 포함돼 실제 납입한 자금은 이보다 적었다. 인수 이후 IMM은 8년 동안 배당으로 약 860억원을 회수했는데, HMM이 제안한 금액에 매각할 경우 투자원금도 건지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IMM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컨소시엄 구성원 중 하나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가 투자 비히클로 활용한 블라인드펀드 '로즈골드 2호'의 만기가 지나서다. 로즈골드 2호는 10년 만기 펀드로 지난 2012년 76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반면 일각에서는 밸류에이션 차이가 상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매각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정리해야 하는 다른 포트폴리오가 남아있는 만큼 손해를 보면서까지 무리하게 매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즈골드2호를 활용해 투자한 10개 회사 중 아직까지 투자회수(엑시트)를 하지 못한 곳은 현대LNG해운과 교보생명 뿐이다. 한독, 알보젠 코리아, 할리스, 포스코 특수철강, 티브로드, 제넥신, 태림포장, 대한전선 등 8개 포트폴리오에서는 모두 성공적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가 최근 투자한 자금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HMM이 제시한 매각가를 거절할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대신PE는 지난해 현대LNG해운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180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77%를 확보했다. 투자 후 현대LNG해운의 기업가치는 7500억원 수준에 달했다. 대신PE는 매각이 진행될 경우 IMM이 보유한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청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해 보유 지분을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MM PE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는데, 내년쯤 결과가 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펀드 청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금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현대LNG해운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대신PE로부터 투자 받으며 7500억원의 밸류에이션을 평가 받은 만큼, 더 높은 매각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