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선사인 현대LNG해운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가운데 시장에선 낮은 몸값으로 매각이 중단됐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재무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원매자 부담을 완화시키고 있는 까닭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LNG해운 매각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이달 중순까지 본입찰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마감일은 지난달 28일까지였지만 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복수의 해외 원매자가 입찰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IMM 컨소시엄(IMM 프라이빗에쿼티, IMM인베스트먼트)의 지분 79.23%와 대신프라이빗에쿼티(대신PE)의 20.77% 총 100%이며, 시장에서 추정하는 거래 규모는 7000억원 안팎이다. 

HMM(옛 현대상선)의 LNG선 전용 사업부였던 현대LNG해운은 2014년 IMM 컨소시엄으로 약 4000억원에 팔렸다. IMM 컨소시엄은 앞서 2021년 현대LNG해운의 1차 매각을 시도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 IMM PE가 예상한 금액대는 5000억원 초중반이었던 반면,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이를 크게 하회하는 액수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매각 불발 이후 대신PE가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1500억원을 투자했고,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시장에선 현대LNG해운의 이번 매각 과정이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갈 것으로 관측 중이다. 이 회사의 실적 흐름이 안정적인 데다 재무구조 역시 개선되고 있단 이유에서다. 우선 현대LNG해운은 지난해 연결기준 3981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흑자전환 됐다. 아울러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6억원에서 163억원으로 27배 늘었다.

유동성과 영업력도 크게 좋아졌다. 현금창출력 지표인 EBITA(감가상각전 영업이익)는 지난해 4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3%나 개선됐고, 영업 부문의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53억원으로 853% 급증했다. 이외 12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은 88.8%로 낮아졌고, 차입금의존도 역시 6.4%포인트 하락한 43.8%로 집계됐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현대LNG해운이 지난해 배당을 건너뛰면서 자본 계정 내 이익잉여금을 무려 2729억원이나 쌓았다"며 "해당 자금 역시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IMM PE 관계자는 "현대LNG해운은 2012년 조성한 로즈골즈 2호 펀드의 매물인데, 만기된 이 펀드가 청산 작업에 돌입한 만큼 매각이 불가피했다"며 "여기에 우호적인 업황 등 회사 자체의 이익이 크게 개선되면서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팬데믹 특수 효과 종료에도 벌크선 시황은 나쁘지 않다. 건화물선 업황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2일 기준 1552를 기록했는데, 손익분기점 1300 선을 웃돌고 있다. 장기 운송 계약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덕분에 유가와 환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는 점도 M&A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