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향후 데이터센터의 최적 입지는 '지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밀집한 탓에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대응과 RE100(100% 재생에너지로 전력 사용) 실현을 위해선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화가 필연적인 수순이란 분석이다.

류기훈 데우스시스템즈 대표는 26일 딜사이트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블루오션 데이터센터 시장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개최한 건설포럼에 참석해 '데이터센터 최적입지의 변화트렌드'에 대해 발표했다.

현재 전국 데이터센터의 74.5%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데이터 소비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다수의 통신설비 거점과 관리·운영의 편의성 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에 70개의 데이터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류기훈 대표는 "전력 수급이 절대 요소인 데이터센터 특성상 수도권에서는 더이상 한국전력으로부터 전력을 받기 어렵다"며 "도심형 데이터센터는 갈수록 어렵고 데이터센터의 '디센트럴라이즈제이션(decentralize, 지방 분산)'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데이터센터 분산화를 위해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추진하는 점도 수도권 입지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분산에너지 특별법에는 대규모 전력 수요가 필요한 건축물의 입지를 결정할 때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평가를 실시하게끔 했다. 

류 대표는 "분산에너지 특별법 내 전력계통 영향평가 규정으로 수도권 데이터센터 사업은 사실상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전력 다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의 과밀화는 지속가능성 및 지역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서 인식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땅 있고 전기가 있는 데이터센터 기본 입지요소를 충족하는 곳이 전국에 많다"며 "강릉, 속초, 양양 등에서 남아 도는 전기가 7GW에 달하는데 이는 데이터센터 200개를 지을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했다. 

류 대표는 "비수도권의 데이터센터 입주 매력도 수도권 못지 않다"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데이터센터 지방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와 전라남·북도, 경상북도에서는 투자보조금 지급과 장기임대용지 제공, 예비전력 요금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 중이다. 

여기에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RE100을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주요 테넌트(Tenat, 임차인)를 유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태양광과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인근에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대비 저렴한 지가와 지역별 교통 접근성도 개선되는 추세다. 강원도 'K-클라우드'와 전남 '솔라시도'가 대표적인 지방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K-클라우드 파크는 국내 최초 수열에너지를 활용해 200MW급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전남 솔라시도는 국내 최대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활용해 1GW급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 챗GPT로 대변되는 AI(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AI와 자율주행, 또는 AI와 메타버스 등이 서로 결합하면서 빠르게 데이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류기훈 대표는 "현재 AI 포성이 울리는 단계"라며 "오는 2027년 6G가 상용화될 예정인데 여기에 걸맞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 대표는 "글로벌 IT 기업들을 데이터센터 테넌트로 유치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