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경진 기자] 2차전지 장비업체 필에너지가 경쟁사 대비 저렴한 몸값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기업가치 평가액 자체를 보수적으로 책정한 후 높은 공모가 할인율까지 적용해 몸값을 낮췄다. 덕분에 시장에서는 필에너지가 공모 성사를 넘어 흥행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비교기업 + 할인율' 매력적…시장친화적인 '몸값' 눈길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오는 6월 13~14일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코스닥 입성을 위한 IPO를 추진한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2만6300~3만원으로 제시했다. 희망밴드 최상단을 기준으로 목표 시가총액은 2824억원이다.

필에너지는 IPO 몸값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비교기업 선정에 신중을 기한 모습이다. 2차전지 섹터 기업 중 주가수익비율(PER) 배수가 40배를 넘지 않는 곳들만 선별한 것이다. 최근 2차전지 기업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PER 배수가 100배, 200배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몸값 욕심을 자제한 셈이다.

실제 필에너지는 2차전지 장비 업체 중 피엔티, 에이프로, 엔시스를 비교기업으로 선별해 IPO 몸값을 도출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치는 27.9배다. 이를 최근 12개월(2022년 2분기 ~ 2023년 1분기) 당기순이익(157억원)에 적용해 '기업가치 평가가액(공모가 할인율 적용 전 몸값)'을 구했다.

게다가 필에너지는 높은 공모가 할인율을 적용해 몸값을 더 낮추기도 했다. 기업가치 평가가액에 27.54~36.48%의 할인율을 적용해 IPO 몸값을 만들어낸 것이다. 필에너지의 공모가 할인율은 올해 IPO를 진행한 기업들의 평균치(19.52~33.02%)를 상회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변동성 장세 속에서 2차전지 섹터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며 "필에너지의 경우 알짜 2차전지 장비업체로 꼽히는 곳으로, 더 높은 기업가치를 노려볼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경쟁사 대비 저렴한 몸값…IPO 흥행 '청신호'

업계에서는 필에너지가 IPO 성사는 물론 흥행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란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필에너지의 IPO 몸값은 경쟁사 대비 저렴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에서 필에너지의 직접적인 경쟁사로 하나기술, DA테크놀로지, 엠플러스 등이 꼽힌다. 필에너지처럼 조립공정 장비를 제조하고 있는 데다, 기술 경쟁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의 매출과 순이익 규모는 모두 필에너지보다 적다. 반면 경쟁사 중 하나기술의 경우 현재 시가총액이 4949억원(25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필에너지의 목표 시가총액 대비 2배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IPO 때 필에너지의 모회사가 기존 주주들을 위한 배당 재원 등을 마련하려는 목적에서 보유 지분(구주) 일부를 매각한다"며 "통상 IPO 때 구주매출이 있을 경우 공모주 발행 자금이 회사의 성장 자금으로 전부 쓰이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투심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구주 보다 신주 수가 더 많은 데다 필에너지의 IPO 몸값 자체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공모 흥행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에너지는 2020년 필옵틱스의 2차전지 장비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된 곳이다. 주력 제품은 조립 공정 때 쓰이는 스태킹(Stacking) 장비다. 삼성SDI와 스태킹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한 후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 2021년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0%를 확보하면 2대 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