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이윤무 아세아그룹 명예회장의 개인회사인 부국레미콘과 부국레미콘대전은 나름 탄탄한 입지를 구축,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룹 경영은 둘째형인 이병무 명예회장과 그의 아들들 몫으로 돌아갔지만 주력 계열사에서 적잖은 보수를 받아온 데 더해 소그룹 경영으로 쏠쏠히 재미를 보고 있는 까닭이다.

현재 아세아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3세이자 이병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훈범 회장→아세아㈜→아세아시멘트·아세아제지→손자회사로 짜여있다. 그룹 경영권은 이병무 명예회장 일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병무 명예회장과 그의 장남 이훈범 회장, 차남 이인범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아세아㈜ 지분 32.74%를 소유하며 지배력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윤무 명예회장도 아세아㈜(4.27%), 아세아시멘트(0.16%), 아세아제지(0.79%) 등 그룹 상장사 주식을 모두 보유 중이나 이병무 명예회장 일가 대비로는 소수 지분에 그친다.

형의 일가가 일찌감치 경영권을 확보한 만큼 이윤무 명예회장은 그룹의 주력인 시멘트·제지사업 확장에 힘을 보태면서도 독자생존을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1985년 설립한 부국레미콘을 통해서다. 부국레미콘은 이윤무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쥔 곳으로 아세아그룹과는 기타특수관계로 묶여 있는 회사다. 2016년에는 대전공장을 부국레미콘대전으로 물적분할하면서 이윤무 명예회장→부국레미콘→부국레미콘대전으로 이어지는 소그룹을 만들었다.

부국레미콘은 설립 이래 꾸준한 실적을 이어가며 이윤무 명예회장 일가의 곳간에 보탬이 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5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를 바탕으로 오너에 매년 2억5000만원씩을 배당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의 자녀인 이지현씨 또한 이 회사의 감사로 경영에 참여 중이기도 하다.

시멘트-레미콘업계는 이윤무 명예회장이 실질적인 독립경영을 이뤘단 점도 눈길 끄는 대목으로 꼽고 있다.

통상 레미콘과 시멘트사업을 모두 보유한 그룹들은 대규모 내부거래로 매출 및 원가 안정화 효과를 내고 있다. 삼표그룹의 경우만 봐도 올 1분기 총 매출 1884억원 가운데 20.8%(391억원)을 레미콘회사인 삼표산업 등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레미콘업계 1위인 유진그룹이 과거 매물로 나온 시멘트회사들에 눈독을 들인 배경도 이 같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부국레미콘은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시멘트 대부분을 성신양회 등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아세아시멘트에 지급한 물품대금이 4000만원에 그쳤고 또 다른 그룹사 한라시멘트와는 아예 거래내역도 없는 등 계열사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은 전·후방산업인 시멘트와 건설사들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다 보니 큰 돈을 벌긴 어렵지만 반대로 이익을 꾸준히 낼 수 있단 특징도 있다"며 "전국에 1000여개의 레미콘사들이 난립해 있는 것도 이러한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국레미콘이 타사와 달리 그룹사를 활용하지 않는 사업방식은 내부거래 논란 등을 떠나 이채롭긴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윤무 명예회장은 소그룹 경영 외에 아세아그룹사 임원으로서도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그는 2020년대 초반까지 줄곧 아세아제지와 아세아시멘트 등 그룹 주력사의 명예회장으로 1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아 왔고 2021년에는 이들 회사서 15억300만원을 수령키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