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한국자산신탁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순이익이 급증했다. 실적방어를 위해 그간 보수적으로 경영을 펼쳐왔지만 1분기에 영업외수익이 대거 발생하면서 현금흐름을 개선시켰다. 다만 여전히 높은 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과 부실사업장의 대손충당금 등 불안감은 남아있다.

16일 한국자산신탁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수익(매출)은 729억원, 영업이익은 32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588억원 대비 24% 늘어났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수수료 수익은 313억원에서 283억원으로 줄었지만, 이자수익이 176억원에서 247억원으로 40% 늘었다. 여기에 기타수익도 전년도 9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9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자수익과 기타수익의 증가가 전체적인 영업수익을 끌어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389억원에서 16.6% 감소한 324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이익률이 나빠진 배경에는 전년 대비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난 점이 작용했다.

우선 이자비용은 전년도 31억원에서 올해 44억원으로 44% 늘었다. 대출채권 관련 손실(대손상각비)도 전년 동기엔 전혀 없었지만 올해 1분기에만 108억원이 추가됐다. 판관비는 12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24% 증가했으며, 기타 비용도 46억원에서 100억원으로 114% 늘었다.

순이익은 634억원으로 전년 동기 301억원 대비 110%나 급증했다. 이는 영업외손익에서 관계기업의 지분법이익 502억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해당 관계기업은 카임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13호로 특수목적회사 케이피로지스틱PFV를 통해 인천 서구 원창동의 물류센터를 자산으로 보유했다. 케이로지스틱PFV는 이 물류센터를 지난해 말 준공해 선매입 계약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브룩필드에 매각했다. 

계약에 따른 잔금지급은 올해 2월 말 마무리했다. 이에 따른 매각수익을 올해 1분기 인식하면서 한국자산신탁의 순이익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케이피로지스틱PFV에도 한국자산신탁이 17%의 지분을 보유해 일정 부분 수익으로 인식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순이익 634억원은 지난해 전체 순이익 1082억원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한 분기만에 지난해 절반 이상의 이익을 낸 셈이다. 다만 한국자산신탁은 1분기 높은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방어적인 형태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비를 신탁사가 직접 조달해 개발사업에 투입하는 차입형토지신탁의 경우 올해 1분기 신규수주를 단 1건도 하지 않았다. 한국자산신탁의 1분기 신규 수수료 약정액은 203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446억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사업장을 늘리지 않는 가운데, 리스크 높은 신탁사업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다. 

반면 신탁계정대여금은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2240억원에서 올해 1분기 2770억원까지 증가시켰다. 이는 고금리 상황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자본력이 뛰어난 대형 신탁사로 사업장이 집중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한국자산신탁의 이익률이 1분기 소폭 하락했지만 적절한 리스크 관리로 실적을 선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