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우리은행장 선임을 위한 숏리스트 후보 선정이 임박하면서 철통 보안 속에 롱리스트 주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1차 후보군 4명 중 절반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대표라는 점에서 후보들이 본업은 뒤로 하고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3월 자회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신임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을 추천했다.

오는 26일로 예정된 우리금융지주 정기 이사회에서 자추위가 함께 열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주까지는 숏리스트(2명)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을 일체 비밀로 부치고 있다. 하지만 숏리스트 선정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후보들 간의 막판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우리은행장 선정 절차에 ▲전문가 심층 인터뷰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면접 등 총 4단계의 고강도 검증 프로그램을 새로 도입했다. 롱리스트에 오른 후보들이 1~3단계 검증을 거치고, 이후 숏리스트가 추려지면 4단계 심층면접과 경영계획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번 우리은행장 선임에 고강도 검증 절차를 도입한 것을 임 회장의 강한 변화 의지로 읽는 시각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절차를 밟는 동안 자회사 업무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현재 우리은행장 1차 후보군에는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와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올해 신규 선임된 자회사 대표가 2명이나 포함돼 있다.

그간의 관행을 볼 때 현직에 있는 자회사 대표들이 우리은행장 롱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잠재 우리은행장 후보군으로는 은행과 지주사의 전·현직 임원, 혹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자회사 대표들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공개된 우리은행장 롱리스트에는 우리금융 자추위에서 신규 선임된 박완식 대표와 조병규 대표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우리은행 출신이다. 박 대표는 은행 중소기업그룹 상무, 개인그룹 겸 디지털금융그룹 상무, 영업·디지털그룹 집행부행장보 등을 지냈다. 조 대표는 은행 준법감시인,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 은행 기업그룹장 등을 거쳤다. 

현재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불어난 데다가, 연체율 또한 상승하고 있어 실적 방어를 위한 비용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카드는 지난 1분기 순이익이 46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반토막으로 줄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1분기 순이익도 393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20.4%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이 나오자 자회사 수장들이 새로운 업무를 파악하기에도 바쁜 시기에 우리은행장 레이스에 투입돼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회사 대표 일부가 신규 선임이 결정되자마자 우리은행장 후보에 올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라며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어 업무상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