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흥국생명이 천신만고 끝에 자회사 GA(법인보험대리점) 설립 허가를 받아냈다. 이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하다.

흥국생명은 2018년과 지난해에 2차례 실패를 경험한 뒤 3수만에 GA자회사 설립 허가를 받아냈다. 흥국생명은 GA 설립을 통해 실적 반등은 물론, 재무구조 개선도 이뤄낼 참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정작 마음껏 웃지 못하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협력사를 상대로 오너일가 소유 골프장 회원권을 강매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온 탓이다.

지난달 금융정의연대를 비롯한 7곳 시민단체는 태광그룹이 총수일가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골프장 '휘슬링락C.C' 회원권을 협력업체에 강매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배임에 따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휘슬링락C.C'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가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총수일가 소유의 회사로 볼 수 있다.

시민단체는 금융감독원이 흥국생명의 GA자회사 설립을 허가하자 강하게 반발했다. '골프장 회원권 강매' 논란이 불거진 만큼 흥국생명의 자회사 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금감원을 향해 흥국생명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흥국생명 노동조합도 시민단체와 한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GA 설립에 따른 고용불안 등을 우려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휘슬링락C.C 부당지원 논란과 관련해 과거에도 몇 차례 구설수에 휘말렸다. 이미 휘슬링락C.C가 발행한 고액의 상품권을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대량 구매한 정황이 포착됐었다. 뿐만 아니라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 등을 계열사가 높은 값에 구매하고 골프장 회원권을 고가에 매입해 대주주를 부당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은 대주주 부당지원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및 과징금 등 징계를 받기도 했다.

골프장 부당지원 논란 외에도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오너리스크에 노출된 사례는 적지 않다. 2012년 당시 그룹 총수였던 이 전 회장이 배임횡령 및 조세포탈 등 혐의로 징역형을 받게 되면서 그룹 대외 평판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2018년에는 이 전 회장의 '황제 보석' 논란까지 더해지며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고착됐다.

흥국생명은 3수 끝에 겨우 당국으로부터 GA자회사 설립을 승인받았다. GA자회사를 설립해 비용 효율화, 설계조직 확대 등을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다른 보험계열사인 흥국화재 설계조직도 흡수해 '규모의 경제'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으로서는 반등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그룹 리스크에 휩쓸렸다. 그룹이 주요 계열사의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금융회사에게 '신용'은 목숨과도 같다. 고객이 맡긴 돈을 회사가 잘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사업은 지속될 수 없다. 대주주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필요하다. 하지만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잇단 그룹 리스크 탓에 평판에 금이 간 상황이다. 지배구조 선진화 등을 통해 흥국생명 등 태광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