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펀드 수익률에 비례해 보수를 떼가는 '성과연동형'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성과연동형을 앞세워 공모펀드 부활의 불씨를 지피는가 하면,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에선 후발주자로서 핸디캡을 극복할 카드로 쓰이고 있다. '수익을 낸 만큼 돈을 지불하겠다'는 투자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의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 설정액이 출시 한 달만에 5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2년간 새롭게 설정된 29개의 국내주식형 액티브 펀드 가운데 설정액이 500억원을 넘어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일 출시된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는 'VIP더퍼스트 펀드'에 이어 VIP운용이 두 번째로 내놓은 공모펀드다. 폐쇄형인 VIP더퍼스트와 달리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는 중도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상품이라는 게 특징이다.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와중에서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가 투심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건 성과연동형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성과연동형이란 수익률에 따라 운용보수가 달라지는 걸 말한다. 운용사가 제시한 기준 보다 수익률이 잘 나오면 운용보수를 높게 가져가고, 반대로 성과가 미진하면 보수를 적게 매긴다.

VIP한국형가치투자 펀드의 경우 연 8% 수익률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1년 뒤 8% 수익률을 달성했는지 여부에 따라 80bp(1bp=0.01%포인트) 플러스·마이너스 알파의 운용보수를 받는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운용보수를 제로(0)로 책정한다. 투자자 돈을 굴리는 역할을 맡는 운용사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성과연동형 공모펀드는 앞서 시장에 등장한 바 있는 '성과보수형'의 후속편 격에 해당한다. 지난 2017년 성과연동형과 유사한 성과보수형 펀드가 출시됐지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성과연동형 펀드를 취급해 봤자 별다른 메리트가 주어지지 않았던 판매사 유인에 실패한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금융투자협회가 공모펀드 활성화 차원에서 '성과보수공모집합투자기구 운영지침'을 내리면서 다시금 운용책임을 강화한 펀드가 재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신한자산운용에서 2종의 상품(신한얼리버드성과연동보수‧신한중소형주알파성과연동보수)을 내놓으면서 성과연동형 펀드의 등장을 알렸다. 해당 펀드들의 경우 VIP한국형가치투자와 달리 특정 수익률을 성과의 기준으로 삼는 절대수익형은 아니다. 각각의 펀드가 추종하는 벤치마크(BM)를 잣대 삼아 알파 수익 달성 여부를 결정한다.

성과연동형 전략은 공모펀드 뿐 아니라 TDF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유진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성과연동형 방식을 적용한 '유진 챔피언 성과연동 TDF'를 선보였다. 이미 TDF 시장에 16개 자산운용사가 진출해 있는 만큼 성과연동형 전략으로 후발주자 핸디캡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VIP자산운용 관계자는 "성과와는 무관하게 운용사가 보수를 챙겨가는 기존의 방식이 공모펀드 인기 하락에 한 몫한 것 같다"며 "이와 달리 성과연동형 펀드는 운용책임과 더불어 수익률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성과연동형 펀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공모펀드 전반으로 확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