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유진자산운용이 TDF(타깃데이트펀드) 시장에 본격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형운용사를 중심으로 격전지가 된 레드오션 시장에서 중소형사이면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TDF 성패를 가름할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초기 진입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자산운용은 최근 TDF 자문 업무를 수행해 줄 자문사 선정을 마쳤다. 투자자문업 라이센스를 보유한 금융사 가운데 국내외 주식‧채권 EMP(ETF Managed Portfolio) 투자 자문 업무를 해 줄 파트너사를 뽑은 것이다.

유진자산운용은 TDF에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생애주기 자산배분곡선)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라인업 구상도 끝냈다. 우선적으로 2030, 2040 빈티지(은퇴시점)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통상 TDF는 은퇴시점을 뜻하는 빈티지에 60을 뺀 숫자(출생년도)에 태어난 세대층을 가입대상으로 한다. 즉 사회 활동이 왕성한 1970년대생과 1980년대생을 타깃으로 한 셈이다. 판매사 확보와 금융감독원 승인 등이 마무리되면 늦어도 올해 상반기 마수걸이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엿보인다.

하지만 유진자산운용의 TDF가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포화상태나 다름 없는 국내 TDF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시선이다. 실제 22년의 역사가 쌓인 국내 TDF 시장은 이미 16개 자산운용사가 진출해 있어 레드오션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미 국내 TDF 시장은 원조격에 해당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해 삼성·KB·한화·신한·한투·키움NH아문디 등 대형사들이 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IBK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BNK자산운용 등 중견사까지 합세해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TDF 성패를 가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선정이 끝났다는 점이 후발주자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 지적이다. 이미 지난해 연말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선정 작업이 마무리 됐다. TDF는 일반 공모펀드처럼 판매 채널을 통한 세일즈도 가능하지만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것이 최우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TDF 출시가 해를 넘기게 되면서 유진자산운용은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에 초기 진입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캡티브 마켓(계열사간 내부거래)을 둔 이점을 활용하는 것도 녹록지 않는 실정이다. 유진자산운용의 계열 회사인 유진투자증권은 고용노동부가 승인한 디폴트옵션을 취급하는 퇴직연금 사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유진투자증권이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따냈다면 향후 이뤄질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서 유진자산운용이 자사의 TDF를 한결 쉽게 진입시킬 수 있었을 것이란 게 공통된 목소리다.

유진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해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패스로 차별화한 TDF를 선보여 관련 트랙레코드를 쌓아나갈 계획"이라며 "TDF는 꼭 디폴트옵션 뿐만이 아니라 일반 공모펀드처럼 증권사, 보험사 등 판매채널을 통해서도 세일즈가 가능한 만큼 경쟁력 있는 판매사를 확보하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