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해 게임 원화가의 노동강도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게임 캐릭터 디자인을 인공지능으로 학습시키면 스케치만으로도 짧은 시간에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시간을 투입했을 때 더 많은 결과물이 나오는 만큼 노동 환경 개선과 동시에 게임 전체 완성도를 높이는 게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정병익 너디스타 PD는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딜사이트 주최로 열린 '인공지능이 바꾸는 게임 생태계' 게임 포럼에서 "최근 게임 콘셉트 디자이너나 웹툰 작가들의 고강도 노동이 요즘 조명되고 있다"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너디스타는 라인게임즈 전 사업실장이었던 허성욱 대표가 이끄는 블록체인 게임사다. 모바일 수집형 RPG '엑소스 히어로즈'를 개발한 ㈜우주가 라인게임즈에 흡수합병되면서 관련 개발인력들이 대거 너디스타로 이동했다. 이날 세션 발표를 맡은 정 PD도 엑소스 히어로즈 개발 및 서비스를 담당했던 인력이다.

너디스타는 지난 3년간 엑소스 히어로즈를 운영하면서 쌓인 게임 일러스트를 인공지능 구축에 활용했다. 너디스타가 본격적으로 게임 일러스트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겠다고 연구개발(R&D)에 나선 건 지난해 3분기다. 기존 일러스트를 토대로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고 컨트롤해가면서 인공지능 일러스트가 제작자의 의도를 관통할 수 있게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정 PD는 지금까지의 연구개발 결과에 대한 사례를 통해 게임 개발 환경의 변화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개발사 스테빌리티의 이미지 생성 AI 플랫폼 '스테이블 디퓨전'을 활용한 제작 공정과 학습 과정을 소개했다. 이어 트롤넷(Controlnet)과 같은 추가 조건을 사용하는 신경망을 활용한 결과물까지 다양한 실제 사례도 전달했다. 

여러 사례를 소개한 정 PD는 "게임 콘텐츠 형태가 조만간 바뀔 것"이라며 "수집형 RPG 게임을 예로 들자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러스트 생성 속도가 빨라지면서 게임 캐릭터를 신규 추가할 때 텍스트 설명으로 끝내는 게 아닌 세부적인 설정까지 커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3D 일러스트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에는 3주였다면 인공지능을 도입한 뒤에는 일러스트 제작 기간이 최대 반나절까지 단축된 상태다. 단축된 시간만큼 추가 일러스트를 제작해 게임 내 콘텐츠 가짓수를 늘리거나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장르까지 게임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정 PD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그 기술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줄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인간은 그 일 외에 다른 일을 더하게 되면서 더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며 "이미지 작업에 중심을 둔 인력들도 영역 확장이 되고 한 사람이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서 일이 줄기보다는 또다른 영역으로 산업이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게임 일러스트에 대한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또다른 전망도 내놨다. 인공지능의 발전에도 일러스트 품질은 인간이 기술을 컨트롤하는 능력에 달려 있는 만큼 게임 원화가를 인공지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 게임 완성도를 높이고 노동 강도를 줄여주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PD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오면서부터 영화나 음악 불법복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거론되고 있지 않듯이, 지적 재산권에 대한 문제가 분명 존재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이점이 원창작자에게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