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메리츠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원 메리츠(One Meritz)'로 새 출발에 나선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메리츠금융지주의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 완전 자회사 편입이 마무리되고 메리츠금융지주만 상장회사로 남는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되면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원 메리츠' 체제 하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토대로 경영의 효율화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5일 메리츠증권의 상장폐지가 완료되면서 메리츠금융지주와의 주식교환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앞서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상장폐지하고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1일에는 메리츠화재가 상장폐지된 바 있다. 메리츠증권까지 상장폐지를 마치면서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일단락됐다.

메리츠금융그룹 관계자는 "기존 그룹 내 3개의 상장사가 있는 체제에서는 내부통제나 법규준수 등의 이유로 핵심적인 투자기회를 놓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이 절차상의 문제로 지연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지배구조 개편 후에는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바탕으로 사업 대부분의 권한을 계열사에 맡기고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유기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포기'라는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메리츠 측 설명이다. 통상적인 대기업 오너들이 지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꿔나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 75.81%를 보유한 조 회장의 지분율은 이번 주식교환을 거치면서 47%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어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으니, 경영 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보자"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회사로 남게 된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회계연도부터 중장기적으로(3년 이상)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을 높이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다.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은 각각 수 년째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추세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별도기준 86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0.9% 증가한 것은 물론, 2019년 이후 4년 연속 최대실적을 새롭게 썼다. 메리츠증권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8281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증권사 순이익 1위에 올랐다. 2017년부터 6년 연속 최대실적이기도 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통해 이전보다 유기적인 재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서로 간의 시너지와 전문성을 제고하고,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기 위해 금융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