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기업들의 증시 상장 도전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요청에 따른 증권신고서 정정작업으로 기업공개(IPO)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예심) 기간이 길어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눈높이마저 높아지자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은 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로테옴텍은 전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19~20일 예정했던 기관 수요예측을 내달 3~4일로 연기했다. 증권신고서는 금감원 제출 뒤 15영업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주요 내용 변경 등으로 정정신고서를 내면 해당 시점부터 효력 일자가 다시 계산된다.

금감원은 프로테옴텍에 증권신고서 일부 내용보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는 주력 제품인 알레르기 진단키트의 해외 계약 체결 등 사업 내용을 상세화했다. 또, 기업가치 책정방식에 대한 투자자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아이센스와 바디텍메드, 나노엔텍 등 3개 기업으로 구성했던 비교군도 5곳(씨젠·수젠텍 추가)으로 확대했다.

프로테옴텍뿐 아니라 앞서 상장을 추진했던 나라셀라와 기가비스, 모니터랩 등도 금감원 요청에 따른 증권신고서 정정작업으로 공모일정이 미뤄졌다. 나라셀라는 몸값책정을 위한 비교기업을 변경했으며 기가비스는 투자위험요소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는 모니터랩은 미래추정실적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로써 IPO 일정을 연기한 기업은 이달에만 4개가 됐다. 올해 1분기 샌즈랩과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5개 기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최근 공모주 투자 열풍과 함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는 등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자 증권신고서 심사 기조를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수 기업은 금감원의 심사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심 소요기간이 가이드라인(45영업일)을 훌쩍 넘기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이 요구될 시 증시 상장까지 수개월이 걸려서다. 기업으로선 공모 적기를 노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져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셈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경우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심을 청구했으나 9개월만인 올해 2월에야 승인 통보를 받았다. 빠르게 공모일정에 착수해 3월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잇단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로 IPO 일정이 두 차례 순연됐다. 가까스로 최근 기관 수요예측에 돌입했으나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차가운 것으로 알려졌다.

엑셀러레이터(AC) 1호 상장에 도전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블루포인트)는 상장 계획을 접었다. 블루포인트도 6개월 만에 예심을 승인받은 뒤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2번의 일정 연기 끝에 IPO를 철회했다. 공모자금(144억~170억원)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시장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처지도 이해되고 기업들 사이에서도 일정 연기를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느끼는 분위기"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상장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 전체 사업계획이 틀어질 수 있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