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국내 카드사의 부실여신 잔액이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새 13% 이상 증가한 규모다. 카드사 여신 대부분이 중·저신용자 차주로 구성된 만큼 부실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해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여신금융 업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의 부실여신 잔액은 1조3621억원으로 전년 1조2034억원 대비 13.2%(1587억원) 증가했다. 부실여신은 전체 여신 중 회수의문과 추정손실의 합계액을 뜻한다.

◆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카드, 부실여신 1000억 이상 보유

부실여신 잔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카드로 지난해 부실여신 규모가 36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3112억원 대비 16.5%(515억원) 증가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카드자산 증가 등의 요인으로 총여신 규모가 늘어나면서 부실여신 또한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신한카드의 총여신 잔액은 39조6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부실여신 잔액이 1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곳은 KB국민카드(2620억원), 삼성카드(1959억원), 롯데카드(1874억원), 현대카드(1484억원), 우리카드(1179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우리카드는 부실여신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말 회생절차를 신청한 에디슨모터스가 올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30억3000만원의 부실여신이 발생했으며, 이외에도 1억원 이상의 부실여신 발생 업체만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카드와 BC카드 역시 높은 부실여신 증가폭을 기록했다. 롯데카드의 부실여신 잔액은 1874억원으로 전년 1468억원 대비 27.7%(406억원) 증가했으며, BC카드는 전년(17억원) 대비 747.1%(127억원) 늘어난 144억원의 부실여신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부실여신 잔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부실여신 잔액은 2049억원으로 1년 사이 4.4%(90억원)가 줄며 1959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전년 대비 10.9%(182억원) 부실여신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부실여신 비율 1% 미만 유지...한계 차주 중심 여신 구성은 '부담'

부실여신 규모는 늘었지만 총여신 대비 비중은 1% 미만으로 여전히 낮게 유지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8개 카드사의 총여신 합계액은 163조6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이 중 부실여신의 비중은 전년과 동일한 0.83%로 나타났다.

카드사의 여신이 한계 차주 중심의 구성인 점은 향후 수익성 하락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신 대부분이 중·저신용자 차주로 구성된 만큼 부실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존재해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로 지난해 카드사 대부분의 대손충당금 적립액 규모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전체 여신 대비 적립비율 역시 대체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가 가장 큰 신한카드를 비롯해,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BC카드 등의 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전년 대비 모두 상승했다. 해당 수치가 하락한 곳은 삼성카드와 하나카드 2곳 뿐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 과정에서 과거 대비 여신성자산 취급규모가 확대됐다"며 "이로 인해 자산구성상 잠재위험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시불·할부 등 신용판매자산 대비 신용위험이 높은 카드대출자산, 기타 여신성자산은 경기변동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한계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따라 여신성자산을 중심으로 대손비용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