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변 없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채권시장의 국고채 금리는 여전히 기준금리(3.5%)를 밑돌았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이라는 점을 확인한 채권시장은 조기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하다고 지적, 한국은행과 시장의 시각차가 지속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 지표 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3.9bp(1bp=0.01%포인트) 오른 3.231%를 기록했다. 금리는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금리(3.5%)보다 20bp 이상 낮았다. 3년물을 필두로 ▲1년물(3.279%) ▲2년물(3.293%) ▲5년물(3.191%) ▲10년물(3.255%) ▲20년물(3.233%) ▲30년물(3.214%) ▲50년물(3.196%) 등 모든 만기 구간에서 기준금리를 20~30bp가량 밑돌았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물론, 이르면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어 이번 금리동결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추가적인 통화긴축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고채 금리는 한 달가량 기준금리보다 낮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결과가 만장일치 동결이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상한 수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한국은행과 시장의 엇갈린 시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창용 총재는 연내 금리인하까지 내다보고 있는 시장에 대해 "금통위원들 많은 분이 시장 기대가 과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시장 예상대로 (경기가)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부분 성장이 유지된다면 이것이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지 시장도 판단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통안채 91일물 등 초단기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 과도하다는 지적이었다. 통안채 91일물 금리는 이날 0.1bp 오른 3.229%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나중에 경기 등을 보고 누가 맞는지 사후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경고를 드릴 필요가 있다는 금통위원 몇 분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에서 피봇(정책방향 전환) 기대가 높아진 것은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이라며 "긴축 경로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의 괴리가 이어지면서 금리 변동성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인상 사이클의 종료 이후 정책 전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다소 성급한 인하 배팅을 반복하는 속성이 강했던 만큼, 실제 인하 여부와는 무관하게 시장 참가자들의 인하 기대는 수시로 반복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채를 중심으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흐름이 나타나 양극화가 뚜렷한 모습이다. 이날 회사채 금리는 AA- 3년물 기준으로 3.7bp 오른 4.041%를 나타냈다. 국고채와의 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81bp로 지난달 초(68bp)와 비교하면 13bp 높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