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최근 시장을 뒤흔들 만한 굵직한 소식들을 잇달아 전해드렸는데요. 이날 미국 증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잠잠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추가적인 은행 위기 소식은 없었지만, 은행권이 안정감을 찾자 국채수익률이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시장도 영향을 받았고요. 잠시 국채수익률을 살펴보면, 10년물은 한때 연 3.57%대까지 뛰었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물은 4%를 돌파했습니다. 증시에서는 주요 지수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제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방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긴축 정책을 계속 이어갈지 여부인데요. 앞서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매파적 기조를 견지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꽤나 큰 결단을 내린 셈이었는데요. 은행권을 휩쓴 불안이 고조되면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준은 은행이 받을 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올려, 여전히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연준은 이날도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어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B) 총재는 지역 연은 홈페이지에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은 은행권 스트레스를 억제할 수 있는 반면 적절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에 하방압력을 계속 줄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연준이 긴축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을 시사한 셈이죠.

배경에는 미국 경제가 강하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은행 혼란 속에서도 콘퍼런스보드의 3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상승했는데요.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월 수치는 104.2를 기록하면서 전월 대비 0.8포인트 올랐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예상치 101을 크게 웃돈 거죠.

그러나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은 더욱 힘을 얻고 있습니다. 6개월 뒤의 상황을 보는 3월 기대지수는 73을 기록했습니다. 전월에 기록한 수치인 70.4보다는 올랐지만, 지속적으로 80을 하회하고 있는데요. 기대지수가 80을 밑돈다는 것은 1년 내 경기침체가 온다는 의미라고 해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엘리자 윙어 이코노미스트는 "3월 소비자신뢰지수의 예상치 못한 상승은 국민들이 은행 위기보다 일자리와 소득을 더욱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말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어요.

잠시 잊고 있던 경기침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자, 월스트리트에서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요.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인하는 없으며 시장 전망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블랙록의 웨이 리 수석투자전략가는 "연준은 은행 부문의 어려움 속에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중단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했다"며 "앞으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다소 약해질 수는 있어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심각한 신용경색이 발생하거나 더 깊은 침체가 일어날 경우에만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뱅가드의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인 조 데이비스도 웨이 리 전략가의 전망에 힘을 보탰는데요. 그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 사태에도 우리의 거시경제 관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있으며 그들은 실업률을 높이고 신용 및 금융 조건을 긴축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그러나 은행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어, 당분간은 시장을 움직이는 다양한 요소를 모두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금의 상황은 불안한 고요"라면서 "최근 은행 사태가 개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 아래 무엇이 숨어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