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신세계가 올해 사외이사 정원을 관료 출신으로 꽉 채운다. 최근 오프라인에서 디지털로 사업영역의 무게 추를 빠르게 이동 중인 가운데 새로 맞닥뜨릴 정부규제나 관리감독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신세계는 이달 23일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주총)에서 곽세붕 현(現) 김앤장법률고문과 김한년 전(前)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새로운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김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감사위원도 겸할 예정이다. 곽 고문은 과거 공정위원회 대변인과 경쟁정책국장, 소비자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김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도 국세청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신세계 측은 곽 고문의 사외이사 추천 사유로 공정거래위원회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소비자 권익 제고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도 오랜 기간 쌓아온 국세청 경험이 회사의 주요한 경영정책 결정에 유용한 자문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세계는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강경원 이사도 이번 주총에서 재선임할 예정이다. 강 사외이사는 감사원 감사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및 제1사무차장을 역임하며 대내외에서 감사 전문가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이외 아직 임기가 1년 남은 최난설헌 사외이사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및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사실상 4명의 신세계 사외이사 정원 모두 관료 출신이거나 연관된 활동을 했던 인물들로만 꾸려지는 셈이다.

일각에선 신세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대거 발탁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조사 위기가 발생할 때 신속하고 원활하게 대응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실제 신세계가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사업인 백화점 등의 유통업종은 특성상 소비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정부의 관리감독이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사례를 봐도 신세계는 2010년 이후에만 수 차례 과징금 철퇴를 맞은 이력이 있다. 2012년에는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40억원을 부과했고, 2017년에는 신세계를 포함한 국내 6개 백화점이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로 총 22억5400만원의 과징금을 맞았다. 작년에도 그룹 계열인 신세계 스타필드가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4억5000만원의 과징금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국가기관의 법망에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정부기관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는 것으로 시장에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디지털로의 사업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 맞닥뜨릴 각종 규제에 대한 해법 모색에 이들의 비중 있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사외이사 발탁은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보유한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자문을 구하기 위함이다"며 "특히 사회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진 부분을 최대한 반영한 결정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유통업 특성과 새로운 사업전환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국가기관의 감시에 대응하기 위한 이사진 구축은 물론 중요한 부분이다"면서도 "하지만 미래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보다는 위험관리에만 치중한 이사진 선임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