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참 허무하게 끝났네."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을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의 맞대결이 끝났던 12일, 한 친구와 이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왔던 말이다. 국내 유수의 엔터테인먼트사 에스엠을 둘러싼 분쟁이 '쩐의 전쟁'으로 확산됐다가 결국 하이브와 카카오의 합의로 막을 내린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도중 일어난 일들의 여파를 생각하면 이번 분쟁이 마냥 허무한 일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이번 분쟁은 카카오와 손잡은 에스엠 현 경영진, 하이브를 뒷받침하는 이수만 전 에스엠 총괄프로듀서 사이의 분쟁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졌다. 에스엠 현 경영진 역시 그런 의혹에 책임이 없지 않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K-팝 유행을 이끌던 에스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 공개매수전으로 맞붙으면서 주식시장 역시 과열됐다. 연초만 해도 7만원선이었던 에스엠 주가는 공개매수전 시작 이후 폭등해 한때 장중 16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전이 지속되길 바라며 에스엠 주식을 사들인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에스엠 주가를 띄우기 위한 편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면서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을 향한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물론, 에스엠 인수전이 진행되는 와중에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려고 했던 것은 긍정적인 면모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에스엠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다음 주인은 이를 확실하게 고칠 것이라는 기대 역시 더해진 점은 소득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인수전은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사실상 품에 안고 하이브와 플랫폼 부문에서 협업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모든 과정이 '참 허무했다'는 말 한 마디로 정리되지 않으려면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하다. 에스엠 인수전 과정에서 밝혀진 부정적인 부분은 잘 도려내고 긍정적인 부분을 지속해서 살려나가야 한다. 

카카오와 에스엠은 기존의 지배구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주주는 물론 소속 아티스트와 K-팝 팬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이브도 카카오와 약속한 협업을 잘 이행하면서 K-팝 시장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경쟁을 이어나가야 한다. 어찌 보면 허무하게 끝난 이번 에스엠 인수전이 결과적으로는 K-팝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시발점으로 평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