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기영 기자] 국일제지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따라 국일제지는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기한이익 상실로 부도 위기에 처했다. 최대주주의 경영권 매각을 발표한 지 불과 3거래일 만에 거래정지와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일제지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유는 경영정상화 및 향후 계속기업으로서 가치보전이다.

국일제지는 이번 회생신청으로 205억원 규모 7, 8회차 CB에 대한 기한이익이 발생해 사채원리금 미지급 상황이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7, 8회차 CB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일은 각각 올해 11월과 내년 4월로 아직 기간이 남았다.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CB가 제 가치를 상실해 해당 채권을 당장 상환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 것이다.

풋옵션 행사기간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회생신청이 채권자의 상환 요구로 인한 부도를 막기 위해 진행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대주주인 최우식 대표의 행보도 논란이다. 최 대표는 지난 8일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10일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 740만주를 장내매도했다. 이어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회생신청을 결정했다.

최 대표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현행법상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상 회사에서 특정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직책에 있는 자는 관련 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본다. 최 대표는 경영권 매각계약 주체이자, 이사회 일원으로서 회생절차 결정에 주체다. 결국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직무상 얻게된 정보로 장내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최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거나 양형사유로 적용될 '특별한 사정'은 정보 생성시기, 반대매매 여부 등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최 대표의 주식 장내매도가 반대매매에 따른 것이라면 공시의무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 대표가 형사처벌 우려를 무릅쓰고 이사회를 통해 회생신청에 나선 것은 그만큼 급박한 사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최 대표는 이번 회생 신청으로 경영권 지분매각 잔금 258억원 역시 납입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최 대표는 디케이원과 보유주식 3188만주를 356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일 98억원을 받고 988만주를 넘겼다. 잔금 지급일은 오는 29일이다.

한국거래소는 국일제지의 회생신청에 따라 이날부터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 몫으로 남았다. 국일제지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소액주주 4만8000여명이 지분 67.87%를 보유 중이다. 국일제지는 과거 자회사 국일그래핀을 통해 꿈의 신물질 '그래핀'을 개발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목을 받았다. 딜사이트는 회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