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그룹 산하 정인욱학술장학재단(이하 정인욱재단)이 독립성 훼손에 대한 시장의 지적을 수용할까. 이 재단은 이사회 전원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사진)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점에서 거수기 이사회 비판을 받아 왔다. 이사들의 임기가 조만간 만료되는 만큼 재단 투명성을 강화할 새 인물이 합류할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인욱재단은 최근 정도원 회장의 이사장 임기를 2025년 2월까지로 늘렸다. 정관에 따르면 정 회장 이외에는 대표권을 가지지 못한다. 정 회장만 이사장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사실상 재단의 사유화라는 게 시장 반응이다.

정 회장은 정인욱재단 이사들을 활용해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이사회는 정 회장을 포함해 강희복·정구현·박성학·이원평 총 5명으로 구성됐는데, 모두 경복고등학교 40회 졸업생이다. 이들의 재임 기간은 최소 16년에서 최대 22년이다.

정 회장이 최종 의사결정권자 지위를 확보한 데다 그의 60년지기들이 이사진에 포진해 있는 만큼 정인욱재단 운영이 폐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정인욱재단이 '특혜 논란'에 휘말린 것도 정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정인욱재단은 2021년 정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에 있는 학생 2명에게 수억원의 해외 장학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당 해외 장학금은 교육비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정해진 금액은 없다. 즉 재단이 원하는 만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은 수혜자를 선정할 때 출생지와 직업, 학연 등에 의해 임의 선정할 수 없고,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운영위원회를 설치한 뒤 후속 절차를 따라야 한다. 교육청이 실태조사에 착수한 결과, 이 재단은 관련 규정과 절차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경고 조치를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수혜자와 지원 규모 등을 정할 때 재단 이사들 중 누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인욱재단 이사진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재단 내 절대적인 존재감을 구축한 정 회장을 견제하고, 이미 훼손된 이사회의 자율성을 복구 시킬 수 있는 독립적 지위의 이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선 이에 내달 이사 3명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사회 변동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정구현·박성학·이원평 이사의 임기는 오는 4월 8일까지인데, 정 회장이 세간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해 이들을 이사회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까닭이다.

다만 정 회장이 현 이사회 체제의 개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일각서 제기되고 있다. 공익재단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워낙 느슨한 데다 강제성도 거의 없어서다. 실제 정인욱재단은 특혜 논란 당시에도 교육청이 요구한 의혹 대상자(수혜자) 호적등본 제출을 거절했다. 또 삼표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 공시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편 정인욱재단은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발굴, 육성'이라는 고(故) 정인욱 삼표그룹 창업주의 경영 철학 아래 1993년 설립됐으며, 1999년 창업주 별세 이후 차남인 정 회장이 이사장을 물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