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승계김동원 사장, 한화생명 지분 확대 가능성 '솔솔'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 중이던 ㈜한화 지분의 절반을 세 아들에게 넘기자, 경영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지분 증여는 세 아들의 책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각자의 사업 영역도 한층 확실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의 시선은 다음 단계로 쏠린다. 세 아들은 각자 맡은 사업 분야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관측되는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경우 한화생명 지배력을 키우는 일이 다음 과제로 꼽힌다.
현재 한화그룹은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에너지·항공우주 등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한화생명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은 유통 부문과 로보틱스, 건설, 반도체 장비 등 분야를 맡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의 지분 증여를 계기로 계열분리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 아들의 승계 구도가 거의 확실해진 만큼 각자 사업 영역에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게 다음 단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한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이 경우 금융계열사는 금산분리 규제에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계열분리 가능성을 고려하면 김 사장으로서는 한화생명 지배력을 키우는 게 관건이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는 한화생명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한화저축은행 등 계열사가 한화생명의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로 지배를 받고 있다.
계열분리가 아니더라도 김 사장이 한화생명 지배력을 강화해야 할 이유는 있다. 김 사장은 현재도 ㈜한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한화생명을 지배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은 독립경영 등에 한계로 작용한다. 책임경영 측면에서도 한화생명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가 한화생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한화갤러리아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한화 지분 보유가 한화생명의 지배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한화생명의 지분 43.24%를 ㈜한화가 들고 있다.
김 사장의 ㈜한화 보유 지분율은 아버지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 3.23%를 증여받으면서 5.37%로 상승했다. 김 사장이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25%)까지 ㈜한화 지분으로 환산해 더하면 김 사장의 실질 ㈜한화 지분율은 10.91%로 추산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6%를 들고 있다.
지분 승계 절차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한화생명 지분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 지분을 활용하더라도 막대한 규모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 한화생명 지분 5%만 확보하려 해도 이날 종가(2590원) 기준 1100억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시장은 한화에너지의 IPO(기업공개)를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이 구주매출을 통한 현금 확보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남인 김 부회장의 경우 한화 지분 가치 희석, 책임 경영 훼손 등을 우려해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 사장의 한화생명 지분율은 0.03%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2019년 12월 상무로 있을 때 한화생명 주식 30만주를 약 7억원에 사들이며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분을 매입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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