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티웨이항공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 한 곳 정도로 인식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맏형으로 통한다. 지난 2003년 등장한 국내 최초의 LCC인 한성항공을 모태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국내 LCC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제주항공(2005년)을 비롯해 에어부산(2007년), 진에어(2008년), 이스타항공(2009년) 등이 잇따라 출범했다. 티웨이항공이 LCC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덧 스무돌을 넘긴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맞물려 퀀텀점프라 불릴 만한 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합병 조건을 충족하려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의 4개 노선(로마·바르셀로나·파리·프랑크푸르트)을 이관 받으면서 하늘 길을 대폭 확장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달 16일 취항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은 인기 여행지인 서유럽 진출을 알리는 예고편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근 LCC의 울타리를 넘어서려는 티웨이항공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 보다 우려가 가득하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오사카행(TW283편) 11시간 지연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 자그레브행(TW505편)이 얽혀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결함이 발생한 오사카행 항공기는 본래 1시간 일찍 출발이 예정돼 있던 자그레브행 항공기였다. 운행 차질에 따른 보상을 최소화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티웨이항공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항공기 바꿔치기'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연말 한 언론사에서 자체 입수한 내부문건(티웨이항공 2023년 안전문화 설문조사 결과)을 토대로 티웨이항공 구성원들이 경영진을 향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비사, 운항관리사 등 안전관리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더했다.
당시 보도된 내용을 보면 '직원들이 안전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장비 및 여건을 충분히 마련해주고 있다'(5점 만점)란 문항에 정비사 직군은 평균 2.90점을, 운항관리사는 2.44점을 매겼다. 또 '사고‧준사고‧안전장애 등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대책이 제대로 취해지고 있다'란 물음에 대한 정비사들의 평균점수는 3.24에 그쳤다.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정비 일선에서 필수 장비 부품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전해졌다.
비(非)정비 분야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발생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장치가 마련돼 있는가'란 문항에 객실승무원과 일반직은 각각 3.24, 3.26으로 평가했다. '중대사고 1위 LCC'의 불명예를 그저 운탓으로 돌리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체결함, 엔진고장 등 LCC에서 발생한 중대사고 14건 가운데 가장 많은 8건이 티웨이항공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디 티웨이항공이 이번 오사카행 사태를 봉합하는 데 연연해하지 않고 안전 시스템을 총 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항공기 안전 매뉴얼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물론 경영진들도 승객의 행복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아직 유럽 4개 노선의 취항을 기념하는 테이프 컷팅식이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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