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족경영의 위기
징벌적 상속세, 대주주 지분 흔들…가업승계 지원책 절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진철 편집국장] 우리나라 기업인 중 최고의 주식 부호는 재계 순위 1위 삼성을 거느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부동의 '톱'이었던 이 회장의 국내 주식평가액 규모를 최근 1년새 주가가 급등한 메리츠금융지주의 조정호 회장이 1조원가량까지 격차를 줄이면서 바짝 따라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고의 주식부호에 이름을 올린 이 회장과 조 회장의 개인보유 주식평가액은 13조원대와 12조원대에 달하는데 공통점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삼성SDS 상장, 삼성에버랜드 합병, 국정농단 뇌물혐의 등을 언급하면서 "더 이상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도 2022년 11월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하면서 "기업을 자녀에게 승계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최근 대기업 오너 경영인 중에선 자신 또는 선대에서 일군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960~80년대 고도성장기 창업주와 2세 경영인이 회사를 대한민국 경제의 주축인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3~4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부 편법을 동원한 승계가 이뤄져 사회적 논란과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가족경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기업 지배구조의 하나로 자리매김했지만 유독 우리 사회가 '부의 대물림' 논란으로 받아들이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대기업 총수들이 후계승계 문제와 관련, 혈연보다 실력과 성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제 자녀들도 노력해서 기회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에서 '샐러리맨 신화'로 통하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역시 "자녀들은 대주주 자격으로 회사 이사회에만 참여시켜 전문경영인과 함께 중요한 경영사항에 대해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이나 경영권 승계와 방어 등에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해 중견·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오너가의 후계 승계를 더디게 하고 가족경영 체계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 물론 일부 오너가가 저지른 일탈과 전횡, 편법 승계에 대해서는 견제와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주인 있는 기업'의 강한 리더십과 책임경영이라는 장점도 부정할 수는 없다.


징벌적 상속세 부담 때문에 대주주가 세금을 내려고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고, 일부 중소·중견기업은 회사를 아예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사례도 나온다. 삼성 등 대기업 오너가는 수조원대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 때문에 대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대표 게임사인 넥슨의 창업자 고(故) 김정주 회장이 상속세로 물납한 4조7000억원 규모의 엔엑스씨(NXC) 지분을 회사 주주 구성에 대한 고려없이 정부가 공매로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대주주 지분이 불안한 상황에서 아무리 'K-밸류업'을 외쳐본들 코리아디스카운드 해소는 요원한 뿐이다. 


현재 가치로 국내 주식부호 1, 2위에 오른 이재용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각각 보유한 12조~13조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유산으로 물려줄지는 나중에 때가 되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경영권은 회사의 명운은 물론 근로자와 협력사, 고객 등 우리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가족경영을 가업승계라는 관점에서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오너 기업 역시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후계자를 결정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향후 50년, 100년 지속 가능한 기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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