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태웅 기자] 국내 원화거래소 코빗이 예치금 이용료율을 업계 최대인 2.5%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 낮은 시장점유율 때문이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코빗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은행에 맡겨 창출된 예치금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적다 보니 이용료율을 공격적으로 책정할 수 있었단 것이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19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원화거래소간 이용료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곳은 코빗과 빗썸이다. 코빗은 예치금 이용료율을 2.5%로 결정했고, 빗썸은 2.2%의 이용료율을 공개했다. 뒤를 이어 업비트 2.1%, 고팍스 1.3%, 코인원 1.0% 순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코빗, 빗썸 두 거래소가 이용료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신탁업 면허를 갖고 있는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분석 중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각 거래소가 이용자 예치금을 은행에 예치 또는 신탁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신탁업 면허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를 맺은 업비트(케이뱅크), 코인원(카카오뱅크)과 달리 코빗(신한은행), 빗썸(NH농협은행)은 예치금을 신탁운용에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높은 이용료율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고팍스의 경우 제휴를 맺은 전북은행이 신탁업 면허가 있기는 하지만 지방은행이다 보니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중은행의 신탁 상품 기대수익률이 거의 동일함에도 코빗과 빗썸의 이용료율이 0.3%포인트나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두 거래소 인건비 등 비용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는 은행과 계약을 맺고 이용자 예치금을 예치 또는 신탁해 운영해야 한다. 은행은 예치금을 운용한 수익을 거래소에 지급하고 거래소가 운용 수익의 일부를 이용료로 투자자들에게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운용하는 신탁상품의 기대 수익률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각 거래소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이용료율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가상자산 정보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5대 원화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 77.5%(19억2700만 달러) ▲빗썸 20.8%(5억1800만 달러) ▲코인원 1.2%(3100만 달러) ▲코빗 0.3%(700만 달러) ▲고팍스 0.2%(400만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예치금 이용료율은 신탁 상품의 수익률과 시장 금리를 기초해 결정되지만 기타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받은 수익을 개별 이용자의 계좌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신탁 운영 수수료 등을 반영하게 되면 실제 신탁상품 운용 수익률보다 이용료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빗의 이용자 수가 빗썸보다 적기 때문에 연동 비용이 적고, 그 차이만큼 이용료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도 "어떤 상품을 운용하는지에 따라 기대 수익률이 달라지겠지만 업계에선 거래소가 실질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2%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용료율을 그 이상으로 책정했다는 것은 거래소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수준에서 일정 부분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코빗 관계자도 "예치금을 운용하면서 발생한 이자(수익)를 통해 영업외수익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인데 회사에선 그 운용 수익을 직접 취하기보다 이용자들에게 반환하기로 했다"며 "이용자들에게 돌려주는 줌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이용자들이 코빗에 대해 알아가고 코빗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빗은 8월 5일 처음으로 투자자에게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남은 기간 고객 유입 흐름, 시장 금리 환경 등을 고려해 경쟁력 있는 이용료율을 선택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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