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주사 스토리엔무브 상장 자금, SK온 지원 "쉽지 않아"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IPO(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SK온에 지원할지 관심이 쏠린다. SK온이 유상감자와 미국 에너지부에 대출로 자금을 확보하긴 했지만, 무려 1조가 넘은 영업손실과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으로 아직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물적분할된 자회사에 신용공여를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자금 지원도 여러번 진행된 만큼 SK온이 IPO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안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미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고 정상적으로 과정이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
SK엔무브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사업 자회사다. 최근 3년(2022년~2024년)간 영업이익을 2조7583억원을 낸 알짜 회사다. 그럼에도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를 데이터센터용 액침 냉각, 배터리용 액침 냉각, 전기차 냉매 등 분야에 진출시키기 위해 자금 조달 방법을 고민했고 IPO를 그중 하나로 검토 중이다.
SK엔무브는 지난달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1500억원의 모집 중 1조99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2배 증액한 30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시장이 SK엔무브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해석된다. 글로벌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원 규모에서 2040년까지 42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PO 이외에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를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지분 30%를 보유한 IMM을 엑시트시켜야 하고 흑자전환 시점이 암울한 SK온도 지원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사실상 SK온 대체 회사로 평가되고 있어 SK온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상장에 참여해 SK온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를 SK온과 합병시키려 했지만, FI(재무적투자자)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알려진다. SK이노베이션은 SK엔텀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대체재로 합병시켰다.
SK온도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긴 했다. 지난해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가 2차례의 유상감자를 실시하며 4조4500억원 가량을 돌려받았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해 말 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을 통해 블루오벌SK에 대한 96억3000만달러(약 14조원)의 정책자금 차입을 최종 승인한 덕분에 가능했다. ATVM은 저금리 자금을 지원해 전기차 및 첨단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으로, 대출금리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준으로 설정됐다. 즉 저금리로 대출을 조달할 수 있다 보니 모회사에 현금을 되돌려 준 셈이다.
문제는 SK온의 실적이다. SK온은 지난해 1조866억원의 영업손실과 2조6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당기순손실이 2조를 넘은 건 분할 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부채도 32조16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7.7% 증가했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도 같은 기간 8634억원으로 83.7% 늘었다. 아울러 하락한 공장가동률로 인한 고정비도 부담이다. 실제 SK온의 평균 공장가동률은 지난해 말 기준 43.8%로 전년 대비 43.9%포인트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의 SK엔무브 지분은 70%다. 나머지는 FI인 에코솔루션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주관사에 최적의 공모구조를 요구했다고 전해지는 만큼 SK엔무브 IPO에 구주매출로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최대 리스크는 높은 차입금으로 인한 재무부담"이라면서도 "CAPEX 규모도 대폭 줄고 엔무브 구주매출 통한 일부 자금조달도 가능해 차입금 추가 확대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차입금 증가의 원인이 대부분 SK온인 점을 감안하면 엔무브 IPO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SK온을 다시 도울 수 있는 셈이다.
다만 SK온에 자금을 안겨주려면 큰 장벽이 남아 있다. 상법상 모회사가 물적분할된 자회사에게 신용공여를 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미 충분한 지원을 한 SK온에게 또다시 신용공여를 하려 한다면 이사회 결의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에 자금 지원하는 건 쉽지 않다"며 "SK온의 IPO는 자체 사업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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