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범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가 공급을 두 배가량 초과하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 현재 두 기업 모두 생산 공정을 선단 라인으로 전환하는 '자연 감산'을 진행 중인 만큼,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도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2분기부터 영업이익이 5~6조원을 기록, 양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30조원대 초중반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소비 회복에 힘입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 덕분으로, 새 전자제품 구매 시 보조금을 제공해 PC와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또 중국 딥시크가 저가형 AI 모델 'R1'을 공개한 이후, 중국 내에서 '제2의 딥시크'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범용 메모리 구매량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저가' 범용 메모리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공급 과잉을 부추기는 상황에서도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현재까지 전체 수요의 절반도 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출하량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중국이 회사 전체 매출의 20~30%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매출처인 만큼 이점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두 기업의 중국 매출이 1년 만에 약 53% 증가한 바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주요 기업들이 범용 메모리를 감산하는 기조와 맞물려 고객사들의 재고 확보 필요성을 더욱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업체들이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범용 메모리 공급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무리한 생산을 중단하고 상승 사이클을 기다리며 감산에 돌입한 바 있다. 낸드의 경우 지난 1분기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범용 메모리 가격 지표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낸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낸드는 그동안 주요 응용처의 수요 감소로 업황 부진이 D램 대비 유난히 길게 이어진 바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시장에서는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이 1분기에 10%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으나, 현재는 반등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2.29달러로 집계됐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 1월 2.18달러로 반등하며 하락세를 끊었다.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20.59% 급락한 이후 5개월 연속 1.35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하락폭이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모양새다.
일부 기업들은 범용 메모리 가격을 앞다퉈 인상하기 시작했다. 미국 샌디스크, 중국 양쯔메모리(YMTC) 모두 낸드 ASP를 10% 안팎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주요 고객사들에게 D램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격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범용 메모리는 고사양인 HBM과 달리, 플레이어 간 서로 유사한 스펙의 제품을 내놓는 만큼 업계 전반의 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낸드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당장 이달 중에 가격을 10%가량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 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 개선 효과가 더욱 크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1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분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1분기 5조1428억원에서 2분기 6조2404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1분기 6조4980억원에서 2분기 7조7552억원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 4분기 컨센서스까지 합산한 총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31조5875억원, SK하이닉스 33조7211억원으로 전망된다.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소매판매 지표, 제조업 생산지수 등 경제 지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범용 메모리 생산 라인을 선단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낸드 공정을 싱글 스택인 V6에서 더블 스택인 V8로 전환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설비 교체가 필요해 단기적인 생산량 감축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전환 투자를 시작하면 캐파(생산능력)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부분이 있다"며 "가격(P)과 생산량(Q)이 둘다 큰 폭으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충당금 환입도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늘어나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재고자산 가치가 하락할 경우 평가손실충당금을 설정하는데, 이때 악성재고가 매출원가에 가산되면 영업이익을 잠식할 수 있다. 반대로 재고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이에 상응하는 충당금이 환입돼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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