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DB손해보험이 올해 1분기에 순이익을 대폭 끌어올리면서 손해보험업계 판도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에 밀려 순이익 기준 업계 3위로 밀려났지만, 올해 1분기 900억원이 넘는 격차로 따돌리며 자존심 회복에 성공했다.

아직 1분기를 마무리한 시점에 불과하지만 메리츠화재가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이 감소하는 등 첫 출발이 좋지 않았던 만큼 연간 기준으로도 DB손보가 메리츠를 앞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DB손해보험는 올해 1분기 별도기준으로 순이익 5834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30.4%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보험과 투자부문 손익이 모두 증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먼저 보험손익은 56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4% 증가했다.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일회성 요인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전입 기준에 관한 시행세칙 변경 등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 1000억원 넘는 손실부담계약비용이 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사들은 고객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아직 청구되지 않은 보험금(IBNR)을 추산해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이번에 적립 시점 기준이 원인사고일로 통일됐다. 이 과정에서 DB손해보험을 비롯한 몇몇 손해보험사들은 기존에 손실계약으로 분류했던 계약에서 대규모 환입액이 발생했다.

장기보험 판매 확대와 일반보험 손해율 개선 등도 보험손익 성장에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상품별로 보면 계약기간이 3년 이상인 장기보험 손익이 1분기 34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2% 증가했다. 일반보험 손익은 203억원으로 45.1% 성장했다.

특히 장기보험 판매 확대는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 증대로도 이어졌다. CSM은 IFRS17에서 장래 이익의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계약시점에는 부채로 인식되지만 계약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이익으로 반영된다. 올해 1분기 신계약 CSM은 7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9% 증가했다. 장기보험의 월평균 신계약 보험료는 지난해 1분기 13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51억원으로 12.6% 증가했다.

CSM도 신계약 CSM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말 12조1524억원에서 올해 3월말 12조4439억원으로 2.3% 늘었다. 

DB손해보험의 올해 투자손익은 203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선박펀드에서 발생한 특별배당과 주식형 FVPL(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 이익 등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DB손해보험은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이 기세를 몰아 올해 손해보험사 순위 상승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순이익 격차가 작지 않은 데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DB손해보험과 달리 신계약 CSM이 감소하는 등 아쉬움도 남긴 만큼 올해 업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전까지 순이익 기준 업계 2위 수준을 유지하며 삼성화재를 추격하던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성장세에 3위로 밀려났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삼성화재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면서 삼성화재는 2위, DB손해보험은 3위로 1계단씩 밀려났다.

당장 1분기에 DB손해보험은 순이익과 신계약 CSM 기준으로 삼성화재 다음으로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형 손해보험사 4곳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가 순이익 7010억원(연결기준)을 거두면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DB손해보험(5834억원)이 그 뒤를 이었고 메리츠화재(4909억원)가 세 번째로 순이익 규모가 컸다. 현대해상이 4773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신계약 CSM 규모도 삼성화재가 8856억원으로 가장 컸다. 다음은 DB손해보험(7175억원), 현대해상(4050억원), 메리츠화재(3723억원) 순이었다.

차화영 기자 ckck@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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