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상반기 수주 238억, 하반기 실적 개선 '신호탄'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파두가 올해 2분기 미국과 중국에서 240억원에 달하는 수주 계약을 올리면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서버용 스토리지 수요 급증 영향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가격 인상과 수요 증가가 일어나면서 내년부터는 2022년 호황기 때 수준으로 실적이 회복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다만 파두의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한동안 거래가 끊겼던 미국 빅테크 기업인 메타와의 거래가 재개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빅테크 기업인 미국 메타의 데이터센터 증설이 재개되면서 SK하이닉스와 함께 메타에 SSD컨트롤러 납품이 늘어나야 연간 목표 매출인 1000억원대를 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파두는 지난달 27일 중국의 SSD 전문업체와 191억7000만원의 SSD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85.3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계약기간은 5월 24일부터 12월 30일까지다. 이어 지난 14일에도 해외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와 47억4977만원 규모의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최근 한달간 2건의 계약을 맺으며 총 240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2건의 수주 소식으로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파두는 지난해 실적 악화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억원, 영업손실 16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으며 영업손실폭은 4배 정도 늘어났다. 유동자산은 전분기 2032억원에서 1833억원으로 줄었고, 특히 현금및현금성 자산이 953억원에서 17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 224억7090만원, 영업손실 585억6943만원을 기록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직전분기 대비 실적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5억원, 영업손실은 242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손실규모를 80억원가량 줄이면서 적자폭을 줄이고 있다. 판관비 지출이 220억원이었으나, 올해 167억원으로 24%가량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
파두는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용(eSSD)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국내 팹리스(반도체설계)다. 메모리반도체 업체에 자사 컨트롤러를 판매하거나, 낸드플래시를 구입한 뒤 자사 컨트롤러를 붙여 데이터센터에 판매하는 완제품 사업도 병행한다. 완제품을 판매할 경우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MSC를 통해 eSSD에 컨트롤러를 붙이는 방식으로 제품을 양산한다.
eSSD는 정보를 담는 낸드플래시에 더해 두뇌인 컨트롤러와 이를 보조하는 D램 등 다양한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복합응용제품이다. 파두가 설계하는 컨트롤러는 도서관 사서처럼 낸드플래시에 보관된 정보를 더욱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온다. eSSD의 성능과 품질을 좌우하는 반도체로 꼽힌다.
파두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경쟁사는 삼성전자·마벨 정도 수준이다. 파두는 SK하이닉스에 1세대(PCIe Gen3) 컨트롤러를, 메타에는 자사의 2세대(PCIe Gen4) 컨트롤러를 장착한 eSSD 완제품을 공급하며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eSSD 시장 침체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투자가 AI 영역에 쏠리며 파두의 컨트롤러와 eSSD 매출이 많이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AI용 서버 수요 증가로 인한 eSSD 가격 인상 등으로 회복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오면서 파두의 실적 개선세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분기 2건의 수주로 인해 총 240억원대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이미 1분기 매출 23억원을 뛰었다. 무엇보다 파두는 중국 업체와 191억원의 SSD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파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마이크론·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 등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사의 구매·엔지니어링 부서와 협력하며 공급 확대를 해왔다. 이번에 미국향이 아닌 중국시장을 뚫었다는 점에서 향후 아시아 지역 공략에도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더불어 또 다른 해외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사와 약 47억원 규모 SSD 컨트롤러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지역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 웨스턴디지털(WDC)과 SSD 기술 협력을 공식화 한 만큼 WDC와의 계약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웨스턴디지털 납품 제품은 SSD 컨트롤러 PCle Gen5(3세대)로 알려졌다.
파두는 웨스턴디지털과 기업용 SSD에서 사용되는 차세대 기술인 'FDP(Flexible Data Placement)'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FDP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핵심 저장장치인 SSD에서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조화해 SSD의 성능개선은 물론 사용 수명을 크게 연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FDP는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서 차세대 데이터센터의 표준을 논의하는 OCP(Open Compute Project)의 표준으로 제시된 기술로서 특히 메타가 제안해 구글 등의 빅테크들도 채택하고 있다. 파두와 웨스턴디지털은 FDP기술이 널리 보급된다면 총투자비용 (TCO)감소는 물론 스토리지 효율성 면에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건의 계약 모두 올해 연말까지 계약이 진행되며 2분기 말부터 3~4분기까지 순차적으로 공급이 진행돼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파두에서도 하반기에는 올해보다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두가 상장 전 목표로 내세웠던 연간 예상 매출액인 1203억원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메타 등 빅테크와의 계약이 재개돼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 낸드에 파두의 컨트롤러를 붙여 메타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면서 매출을 올려왔는데 지난해 3분기 메타와의 계약이 끊기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올해 메타가 AI 영역에 투자를 늘리고 AI 학습 데이터 보관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용 SSD 수요도 올라와 파두와의 거래가 이뤄지면 매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파두는 이미 1분기 SK하이닉스로부터 약 133억원의 낸드플래시를 구매했다. 대규모 eSSD 공급을 앞두고 원재료 매입 차원에서 이뤄진 구매로 추정된다. 1분기 중 파두가 지출한 원재료 비용은 총 157억원으로 호황기였던 2022년 연간 지출 182억원과 맞먹는다. 이와 더불어 네트워크 반도체와 CXL 제품, 스트리밍·AI 관련 제품군 등 차세대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혁신적인 시스템 반도체 제품들도 동시에 개발이 이뤄져야한다.
파두 관계자는 "본격적인 수주 효과는 3분기부터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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