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사이클 시동
보수적인 캐팩스, 공급 시그널 없다
하반기 수요, 고객 추가 구매 여부 여전히 불투명…캐팩스 경쟁 없을 것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18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AI 반도체 협업포럼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4.2 (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업황 개선으로 반도체 업사이클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도 가격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 공급 확대 시그널을 주지 않고 절제된 설비투자(CAPEX)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정부의 자금이 풀리면서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재고를 급하게 사들였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SSD 가격 상승으로고 2분기에도 20~25%나 오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35.7% 증가한 116억7000만 달러(15조6879억원)를 달성했다. 2022년 6월 123억 달러를 기록한 뒤 21개월 만에 최고치다. 5개월 연속 플러스를 보이며 회복세다. 이 같은 증가는 중국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인 기업용 SSD를 급격히 사들인 결과로 분석된다. 아울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최근 서버 확대에 나서면서 예상치 못하게 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는 SSD 가격도 일부 올렸으며 2분기 역시 인상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오픈AI의 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가 하반기부터 시작되면 동영상에 대한 서버 스토리지 수요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자연어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면 영상물을 만들어주는 AI 모델이다. 또 온디바이스AI 등 개별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AI 모델에서 학습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추가적인 저장공간이 필요한 만큼 낸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IT 수요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여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이 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최근 수출 증가율이나 세계 시장 규모 변화를 보면 의외로 많이 성장하고 있다"며 "분위기 자체는 상승세로 전환된 것 같고 일반 IT 수요가 늘어나면 성장 폭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PC, 서버, 모바일 등 일반 IT 수요 상승이 본격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인한 일부 품목에서 급작스런 수요 증가가 나타나면서 감산이 끝나고 생산 가동 정상화가 조기에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업황 개선 조짐이 보이면서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증산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낸드 시장에 승자독식 '치킨게임'이 또 다시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가 따라잡을 수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량을 늘려 경쟁사를 죽이는 전략이다. 일본 키옥시아 등이 낸드 가격이 오르면서 감산을 재검토하고 물량을 늘리는 상황이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는 "지금 감산을 하고 싶어서 하는 업체가 없는 만큼 충분히 생산량을 늘리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며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히 공급을 늘리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일반 IT 수요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무리한 증산에 나설 경우 낸드 가격이 다시 폭락세로 반전할 가능성도 크다. 낸드의 큰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공격적인 생산에 나설 가능성도 적은 만큼 낸드 업체들 역시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시장에 물량 확대 시그널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아직 낸드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지는 않다"며 "시장에서는 낸드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올해는 가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범용 제품의 공급 최소화를 통한 가격 상승 효과를 위해 캐팩스 투자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대규모 증설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을 보는 사태를 경계하는 중이다.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의 진폭을 줄이는 동시에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캐팩스를 지난해보다 늘린다고 하더라도 고대역폭메모리(HBM)나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타이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오해할 수 있는 공급 확대 시그널을 굳이 제조사들이 보여줄 필요는 없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올해는 캐팩스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낸드 가격 상승이 지난해 기저효과로 인한 반등이고 지난달 시황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공급을 급격히 늘려 과잉으로 갈만한 분위기는 아니다"며 "시장에서는 AI 효과로 인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메모리 업체들은 하반기 수요와 고객들의 추가 구매 여부에 대해 신중히 보기 때문에 아직 확신까지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의 HBM을 따라잡기 위해 내놓고 있는 AI추론칩인 '마하-1',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은 단기간에 효과는 없지만 반도체 업사이클을 자극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CXL은 인텔이 주도권을 쥐고 있어 큰 영향력은 없을 수 있지만, 마하-1의 경우 HBM에 비해 가격이 싸고 전력이 적어 사용성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삼국지' 저자인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AI 반도체가 학습전용 서버냐, 추론이냐, 생성용이냐, 온디바이스냐, 서버용이냐에 따라 세분화되고 다변화되면서 엔비디아가 독점하는 구도도 바뀔 것"이라며 "올해 D램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데 선행 투자를 많이 한 삼성전자가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가 되면 본격적인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양팽 연구원은 "HBM도 처음 나온 것은 1980년대 중반이고, 삼성이 신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없어질 수 있다"며 "당장의 변화보다는 지속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는데 의의를 둬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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