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코람코 회장, 1년간 1.1만주 매집
M&A 앞두고 사들여…지분율 5.7%로 증가

[딜사이트 이상균 기자] 코람코자산신탁이 우여곡절 끝에 LF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가운데, 경영권을 보유한 이규성 회장이 지난 1년간 1만주가 넘는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지분율이 5%대로 낮아 그 동안 소액주주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은 뒤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소액주주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회사 내부 직원의 우리사주를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9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람코자산신탁 주식 1만 1577주를 매집했다. 같은 기간 이 회장의 주식 수는 11만 639주에서 12만5216주, 지분율은 5.1%에서 5.7%로 늘어났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6065주, 올해 상반기 5512주를 각각 인수했다.



부동산 신탁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코람코자산신탁 직원이 40명 이상 빠져나가면서 이들이 보유한 우리사주를 이 회장이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1년 자산관리회사로 시작한 코람코자산신탁은 2006년 신탁업 인가를 취득했다. 당시 최소 자본금 100억원을 모으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3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우리사주를 나눠줬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이 회장의 지분(5.7%)을 포함해 총 46%를 의류기업 LF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한적 경쟁입찰을 실시해 LF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조만간 본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것은 2014년부터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산업이 불황에 허덕이던 2014년, 코람코자산신탁이 대형 건설사에 매각 의사를 타진했다”며 “당시 코람코자산신탁의 기업가치는 50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우리은행과 매각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수년간 매각 추진에 실패한 것은 몸값보다도 복잡한 지분 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의 최대주주는 우리은행(12.2%)이지만 경영권은 이규성 회장(5.7%)이 행사하고 있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11.7%), 키움증권(9.9%), 코리안리재보험(9.7%), 신한은행(7%) 등의 기관투자가들은 회사 경영에 일절 개입하지 못했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회사 창업 당시부터 이 회장은 기관투자가들의 경영권 행사를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며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이 회장의 카리스마도 이 같은 기형적인 지배구조를 가능케 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소수 지분으로도 경영권 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40%에 달하는 소액주주 협의회의 지지도 한 몫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이 회장의 지인으로 구성됐다”며 “이들은 창업 이후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 회장의 경영을 지지하며 백기사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신신탁의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소액주주로부터 지분 매입을 추진했다. 매각 협상력을 높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신탁사 관계자는 “이 회장이 M&A 추진 사실을 숨기고 지분 매집을 추진하면서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이 회장이 매각 차익을 독점하려 한다는 소액주주들의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 회장이 소액주주와의 협상을 단념하고 내부 직원들의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상균 기자 philip16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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