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전주 떨고 있는 이유
내년부터 코스닥 시총 150억 미만 상폐 추진…주가부양 고심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이른바 '동전주' 신세를 면치 못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최근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좀비 기업 퇴출을 위해 강화된 상장폐지(상폐) 제도를 공개했다. 내년부터 시가총액이 150억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상폐 절차를 밟게 된다. 구체적으로 30일 동안 150억원 미만인 상태가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일 동안 10일 연속 또는 누적 30일 동안 미달 시 상폐된다. 시총 기준은 2027년에는 200억원으로, 2028년에는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현행 코스닥 상장사의 상폐 제도는 시가총액 기준이 40억원으로, 다소 느슨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시가총액 미달로 인한 상폐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이번에 개선된 제도는 상폐 기준을 실효성 있는 수준(150억원)까지 상향 조정해 이른바 좀비기업을 퇴출시켜 자본시장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간 상장사 수와 같은 양적인 확대는 이뤄진 데 반해 성장성이나 가치 등 질적 개선은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2019년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 시장의 상장사 증가율과 시총 상승률은 각각 17.7%, 34.8%다. 반면, 미국 시장의 상장사 증가율과 시총 상승률은 각각 3.5%, 80.3%다. 미국 시장이 국내 시장보다 상장사 증가율은 적은 반면 시총 상승률은 높다. 관리 없이 상장사 수만 늘어난다고 해서 시장 가치가 커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이번 상폐 제도 개선안을 두고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는 많은 말들이 오간다. A상장사 IR(기업설명회) 담당자는 "최근 IR담당자들을 만나면 주가 얘기만 한다"며 "특히 시총이 500억원 미만인 담당자들끼리 모이기라도 한다면 그날은 평생 들을 한숨소리를 다 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B상장사 대표는 아예 직원들에게 주가와 거래량 상승 방안 고민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회사 IR 담당자는 "대표가 주가와 거래량 대책을 마련해 보라고 했는데 주가가 마음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다 보니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이 궁극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여태껏 주가에 무관심했던 상장사들이 긴장감을 느끼고 스스로 주가부양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는 확실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주가에 무관심했던 코스닥 상장사들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개선안이 완벽하다고 보긴 어렵다. 오랫동안 주가 관리에 소홀했던 만큼 상장사들이 하루아침에 주가 부양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잣대를 이들 상장사에 들이밀기에는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재기를 꿈꾸는 환자 곁에 물리치료사가 함께하듯, 상장사에게도 회생의 기회와 가이드라인 등 최소한의 지원은 제공돼야 하지 않을까.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엄격한 제도 도입과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세심한 보완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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