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더존비즈온 협업
인뱅 대신 플랫폼…수익성·포용 금융 모두 노린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중기 우량고객 확대 기대감↑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16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을지로 소재 더존을지타워 모습. (제공=더존비즈온)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더존비즈온의 '혁신 금융 플랫폼'이 한 달 만에 베일을 벗었다. 핵심은 'ERP(전사적자원관리) 뱅킹'이다. 더존비즈온의 강점인 ERP플랫폼에 기존 은행의 뱅킹시스템을 접목하는 구조다. 사실상 더존비즈온이 그간 추진해 왔던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설립과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해 온 더존뱅크 역시 ERP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델 차별화를 강점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더존비즈온 입장에서는 방향 선회를 통해 오히려 사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뱅킹시스템 구축이나 인뱅 설립 시 발생하는 대규모 자본확충 등 부담을 덜어 낼 수 있어서다. 또 포용적 금융 확대에 기존 인뱅 이상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더존비즈온이 금융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은행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더존비즈온으로부터 570억원의 자금을 공급받는다. 제주은행은 해당 자금을 더존비즈온과 공동으로 추진할 ERP뱅킹 사업 관련 인프라 확충에 사용할 예정이다. 우선적으로 올해 250억원을 사용하고 내년과 내후년 각각 160억원씩 추가적으로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RP뱅킹은 더존비즈온이 플랫폼 운영을 맡고, 제주은행이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구조다. 예컨대 정보 제공에 동의한 기업의 실시간 자금흐름 및 거래정보, 재무정보 등을 기반으로 더존비즈온이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시해 주고 제주은행이 이를 실행한다.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기업금융서비스라는 점에서 인뱅 설립 추진 당시 지향점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자본 부담은 해소했다. 제주은행 지분 매입은 사실상 더존비즈온이 제주은행의 뱅킹시스템 도입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업계에서는 인뱅 설립 시 발생할 시스템 구축 비용이 지분매입 규모의 최소 10배 수준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인뱅 추진 시 더존비즈온의 지출 규모를 약 6000억~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더존비즈온 입장에서 ERP뱅킹을 통한 수익성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ERP뱅킹의 최대 강점은 비대면을 통해 이뤄지는 신속한 기업금융 거래다. 관건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필요한 시점에 매출채권을 유통할 수 있는지다. 이와 관련해 제주은행 뱅킹시스템 도입으로 실시간 심사가 가능해지면서 이같은 유동성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매출채권 발행 시 이자율 할인 적용이 훨씬 수월하다는 점도 매력도가 높다는 진단이다. 기존의 경우 매출채권 발행과 별도로 이율 할인 신청을 은행에 해야 한다. ERP뱅킹은 심사 과정에서 신용등급 평가를 통해 이율 할인 가능여부 및 적용까지 바로 결정할 수 있다. 


이로 인해 ERP뱅킹을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 역시 자연스럽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재무적으로 우량한 기업들 위주로 더존비즈온 고객군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할인율도 좋은 데다가 심사·실행까지 시간적 제약도 적다면 좋은 기업이 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용적 금융 측면에서도 인뱅 이상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기존 인뱅의 경우 포용적 금융 확대라는 목표로 출발했지만 결국 가계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등에 주력하면서 시중·지방은행과의 변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ERP뱅킹의 경우 타깃층이 명확한 만큼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금융서비스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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