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정갈한 무대, 파란색으로 채워진 커다란 스크린 화면. 단상도 없는 무대에 오른 발표자는 '상품 혁신'을 얘기한다. 언뜻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회로 보이지만 주최자는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보험업계 1위의 책임감을 안고 상품 혁신으로 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첫발을 뗐다.
삼성화재는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금융캠퍼트에서 '언팩 컨퍼런스' 행사를 열었다. 국내 보험사가 새로운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따로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원 등 보험 관련 기관과 학계, 재보험사, 언론사, 애널리스트, GA(법인보험대리점) 대표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화재는 새로운 상품을 본격 공개하기에 앞서 인터뷰 영상을 화면에 띄웠다. 재생 버튼이 눌리자마자 나온 문구는 '보험산업, 이대로 괜찮습니까.' 삼성화재가 언팩 행사를 개최한 이유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영상 속 인물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영상에 등장한 전문가 한 명은 "보험사가 생각이 없다, 새로운 가치, 새로운 담보, 신상품에 대한 도전 이런 것들을 좀 해야 하는데 그저 보험사끼리 기존 상품에 대한 경쟁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한 명은 "처음 가입할 때만 친절하다"고 말했다.
영상이 끝난 뒤 무대에 오른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사장은 "영상을 보고 어떤 느낌을 좀 받으셨습니까?"라며 "저는 보험 시장은 오랜 관행에 머물고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지속가능성을 위협받고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새로운 상품의 출시보다는 익숙한 접근을 반복해 온 측면 등이 있고 이는 혁신 DNA가 부재했기 때문"이라며 "리딩 컴퍼니로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삼성화재가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한 보험사의 혁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삼성화재가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권기순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 상무가 무대에 올랐다. 준비했던 농담은 예행연습 때 직원들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말로 분위기를 푼 권 상무는 5월 출시 예정인 혁신 상품 '보장어카운트'의 개발 취지와 주요 콘셉트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보장어카운트를 통해 도입하려는 것은 '심리스(Seamless) 치료비', '건강리턴', '병원동행' 등 모두 세 가지다. 먼저 권 상무는 2024년 삼성화재에서 출시한 치료비 보장 상품을 일부 보완했다며 이를 심리스 치료비와 관련해 소개했다.
권 상무는 "고액의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치료비 담보는 인기가 꽤 많았지만 부족한 보장 금액은 보완해야 할 숙제였다. 그래서 치료비 담보를 다시 구성했다"며 "일정 기간이 아닌 평생 동안 보장을 리필, 끊김없이 치료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리턴은 한 마디로 아픈 고객에게 보험금을, 건강한 고객에게 환급금을 돌려준다는 게 목표다. 병원동행을 통해서는 병원에 홀로 가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가족이 대신 신청하면 이동 때마다 위치와 진료 후 리포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처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상품이 아니다 보니 행사 간간이 집중력이 약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대중에 친숙한 조승연 작가, 미키김 액트투벤처스 대표 등이 참석한 토크 콘서트 세션을 넣고 진행도 매끄러웠던 덕분에 행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행사 초반 축사를 맡은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이 하면 다르다"고 말했다. 그룹사인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는 단순한 제품 공개의 자리를 넘어 기술, 생태계 등 혁신을 예고하는 행사로 여겨진다. 삼성화재도 보험업계의 새로운 지표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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