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이달 24일 발표하는 1분기(1~3월) 실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현대차의 경우 오히려 외형 성장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수익 방어에도 성공한 것으로 전망돼서다.
당장 2분기부터는 실적이 다소 부진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차별적으로 시작한 관세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존 재고를 활용하고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 하락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43조1929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숫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현대차의 이 같은 매출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라는 점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매출 40조원을 돌파했으며, 1년 만에 신기록을 새로 쓴 것으로 파악된다. 독특한 점은 글로벌 도매 판매 대수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7% 축소된 99만9626대를 판매했는데, 이 회사 1분기 누적 판매량이 100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 사상 최대 1Q 매출, HEV 판매 증가·북미 중심 환율효과
현대차가 외형을 확대한 주된 요인으로는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증가한 데다, 미국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환율효과가 더해졌다는 점이 꼽힌다.
예컨대 현대차가 1분기 동안 내수에서 판매한 친환경차는 4만9520대이며,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8%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25.4%)와 비교할 때 4.4%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미국 판매 실적이 급증한 점도 주효했다. 현대차는 1분기에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한 22만1062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현지에서 판매한 하이브리드(HEV) 차량은 11.2% 늘어난 10만8000대였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해당 정책은 4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로, 가격 인상 전 신차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렸다. 그 결과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3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13.7% 늘어났다.
환율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올 1분기 평균 환율은 전년(1328원)보다 125원 가량 인상된 1453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환율이 10% 상승할 때마다 2700억원 가량의 이익 상승 효과를 누린다.

증권가는 현대차가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서도 수익성 면에서 선방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영업이익 3조4933억원과 순이익 3조2025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8%, 5.1%씩 줄었다.
통상 1분기가 공장 라인 재정비와 설날 등 명절 연휴, 임금 인상 등 수익 강화가 어렵다는 환경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예상보다는 이익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를 부분 가동하면서 초기 고정비와 감가상각비가 증가하고 있다. 북미 시장 점유율 유지를 목적으로 판매 인센티브 지출을 전년 동기보다 16% 가량 늘린 점도 있다.
◆ 관세 25% 발효…현지 재고 3.2개월분 확보·HMGMA 램프업 등 대응
문제는 미국발(發) 관세폭격의 유탄이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4월3일부로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 부과를 발효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관세 부과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가 대당 800만원의 이익 감소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완성차 업체가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업체 부담은 완화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가격 인상 없이 지난해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한다면, 연간 영업이익이 약 5조2000억원 가량 증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는 미국 현지 재고가 상당 규모 축적된 만큼 당분간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기준 미국 내 재고가 3.2개월분 쌓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장악을 위한 인센티브 증가는 불가피하겠지만,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으면서 일부 수익 보전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HMGMA 가동을 정상화시키며 현지 생산 비중도 늘릴 방침이다. LS증권은 현대차가 30만대 램프업(설비 가동률 확대)을 조기 달성할 경우 약 4조원 가량의 비용 축소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 중이다. 램프업 이전에는 딜러 인센티브를 줄이는 식으로 비용 지출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진단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부품까지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현대차의 공급망 관리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현대차는 코로나19나 반도체 부족에 따른 공급망 교란에서 타 업체 대비 빠르게 생산을 정상화시켰으며, 이는 시장 점유율 상승과 대당 공헌이익 확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현대차는 경쟁사 대비 유연한 전략과 경쟁 우위로 수익성 창출 능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믹스 개선과 케파(생산능력) 확대로 볼륨이 증가하고, 시장 수요 편승 포트폴리오와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세를 지지해 관세 등 부정 요인을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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