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RWA(위험가중자산) 관리 고도화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환율 변동 등 대내외적 리스크 영향이 커진 상황에서 새로운 RWA 조정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감축 여지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 첫걸음으로 글로벌 금융그룹들의 리스크 이전 전략을 도입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최근 리스크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해외 금융그룹의 RWA 관리 사례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현재로서는 초기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적용보다 연구 가능한 개별 사례에 중점을 맞춰 분석을 진행 중이다.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SRT(중요 위험 이전거래)'다. SRT는 부실이 발생할 수 있는 대출을 증권화해 분산 매각하는 신용연계채권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높은 이자수익을 얻는 대신 부실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그 손실을 금융사 대신 부담하게 된다. 수익률은 트랜치별로 다르지만 최대 10% 중반대까지 형성된다.
발행 금융사는 SRT 매각을 통해 RWA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린다. CET1비율 역시 동시에 개선된다. 유럽지역 금융사들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SRT를 통해 RWA를 축소했다. 신한금융 역시 이같은 사례를 먼저 살펴보면서 적용시 효과 등을 분석해본다는 셈법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SRT를 통한 RWA 감축 전략을 대외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지난 2월 열린 2024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에서 지주 CRO(최고리스크책임자)인 방동권 부사장은 "신용 이전거래에 대한 고민을 통해 RWA 이전 또는 감축을 위한 여러가지 도구(툴)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함께 언급한 '셀다운', '자산유동화' 등은 이같은 SRT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읽힌다.
RWA 관리는 곧 CET1(보통주)비율 안정화와 직결된다. 신한금융은 올해 CET1비율을 분기별로 13.1% 수준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연간 RWA 성장률 목표 수준을 5%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신한금융의 RWA는 341조3788억원으로 전년대비 8.7%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에 이어 우량자산 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이같은 목표치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WA 추가 감축 방안이 현실화되면 그룹 차원의 비은행 계열사 성장 전략에도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진옥동 회장 체제에서 리딩그룹 도약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들은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진 회장 역시 이에 대해 "비은행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강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관건은 SRT의 제도적 현실화다. 아직 국내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 마련과 동시에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까지 마쳐야 실질적인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현 제도적 측면에서만 보면 아이디어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의 이같은 행보가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위와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말부터 건전선 규제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자본규제 완화를 위한 연구작업을 공동으로 진행해 왔다. 그런 만큼 금융위가 관리 가능한 범위를 설정한다면 SRT 발행 역시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내기업에 대한 생산적 금융지원 필요성이 커진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RWA 가중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안들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 SRT 발행까지 가능해지면 시중은행들의 금융지원 가능 규모도 확대될 여지가 커진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