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로템이 대만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레일솔루션(철도) 부문 누적 수주 금액만 2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유럽과 일본 업체들이 강세였던 대만 시장이지만 철저한 시장 분석과 TCMS(열차 종합 관리 시스템) 등 첨단 기술력을 앞세워 'K-철도'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로템 컨소시엄은 대만 타이중시(市)의 도시철도공정국으로부터 2조6383억원 규모의 블루라인 철도시스템(E&M)을 턴키로 수주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수주에 프랑스의 알스톰 트랜스포트(ALSTOM TRANSPORT S.A.,), 싱가포르의 ST엔지니어링(ST ENGINEERING URBAN SOLUTIONS LTD.,)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현대로템은 E&M 중에서도 4150억원 규모의 철도 공급을 담당한다.
이번 낙찰로 현대로템은 대만 철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7년 만에 누적 수주액이 2조5234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8년 6월 대만철도청(TRA)에서 발주한 9291억원 규모의 교외선 전동차 520량 납품 사업을 따내며 대만 철도 시장에 재진출했다. 지난 1999년 수주한 철도청 전동차 56량 이후 19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현대로템은 창원공장에서 520량 전량을 생산해 2023년 납품을 마쳤다.
이전까지 현대로템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과 일본 기업들에 밀려 수주를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실제 2011년 대중시 녹선 경전철 E&M 38량 사업, 2015년 신북시 삼앵선 경전철 E&M 58량 사업 등의 입찰전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외국 업체들에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당시 대만은 35조원을 투자해 노후 철도 인프라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었던 만큼 필수적으로 공략할 시장이었다. 이에 현대로템은 철저한 현장조사를 토대로 고품질 차량을 제안해 대만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수주 물꼬가 트이면서 현대로템은 현지에서 낭보를 이어갔다. 교외선 전동차 520량 납품을 따낸 지 불과 한 달 만인 2018년 7월에 5433억원 규모의 도원시 녹선 E&M 턴키 사업을 거머쥐었다. 차량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TCMS(열차 종합 관리 시스템) 등 첨단 시스템을 앞세운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차량 뿐 아니라 통신, 관제, 검수 등 시스템 설비 구축도 도맡았다. 도원시 녹선 무인경전철은 도원시 도심을 가로질러 도원국제공항의 공항철도와 연결되는 신설 노선인 녹선에서 운행된다. 특히 현대로템은 기존 납기일 보다 3개월 앞당긴 지난해 12월 무인경전철 초도 물량을 현지에 보냈다. 현대로템은 초도 물량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모든 차량을 납품할 계획이다.
2021년 12월에는 카오슝시에서 2210억원 규모의 MRT 레드라인 북부 연장선 사업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기존 레드 라인을 9.3km(6개 역사) 연장하는 사업에서 현대로템은 전동차, 전력, 전차선 분야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3년 전 타이중시와 도화시에서 축적한 트랙레코드를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2년 12월에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 1560억원 규모의 전동차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된데 이어, 2023년 3월에는 2590억원 규모의 카오슝 MRT 레드라인 남부 연장선 사업을 따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안정적인 사업성을 통해 대만 현지 시장의 교통복지에 이바지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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