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직랜드, 양산 32%↓…올해 '기초체력' 다진다
리벨리온·사피온 합병으로 150억 규모 양산 계획 취소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11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EDEX 2024의 에이직랜드 부스 (사진 출처 =에이직랜드 홈페이지)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디자인 하우스 기업 에이직랜드가 지난해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양산 매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리벨리온과 사피온 합병으로 인해 사피온의 양산 계약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사피온과 에이직랜드는 당시 15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산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에이직랜드가 당면한 과제는 양산 매출을 끌어올리는 것이지만 큰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SK하이닉스, 파두, 디노티시아 등 업체들과 대규모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 개발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나 양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서다. 올해까지는 대만 R&D 센터 신축, 개발 인력 충원 등 개발에서 양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쌓겠다는 계획이다.


디자인 하우스 에이직랜드는 지난해 매출액을 크게 끌어 올렸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이직랜드의 지난해 매출은 940억5802만원으로 전년(741억5433만원)보다 26.4% 증가했다. 반면 169억6871만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하며 적자 전환됐다. 2023년 기록한 영업이익 38억5958만원에서 급격하게 줄은 셈이다. 


영업적자에도 매출액은 늘었지만 아쉬운 소리가 나온다. 개발 매출은 대폭 올랐지만 양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에이직랜드의 지난해 개발 매출은 885억3600만원, 양산 매출은 55억2100만원이었다. 개발 매출은 전년보다 35.1% 늘었지만 양산은 32.4% 줄었다. 


통상 디자인 하우스의 매출은 개발과 양산에서 나온다. 반도체 설계 도면을 수정·개발할 때 개발 매출이 발생하며,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팹리스에 최종 납품하면 양산 매출이 인식된다. 디자인 하우스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양산 매출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양산 비중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이 회사의 양산 매출은 2021년 259억원을 달성한 이후→2022년 307억원→2023년 81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양산 매출이 줄어든 것에는 사피온과 리벨리온 합병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직랜드는 지난해 하반기 사피온의 AI 칩 'X330' 양산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6월 사피온과 리벨리온의 합병 발표 이후 양산 계획이 흐지부지되며 초도 물량을 양산하는 데서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양산 물량은 15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피온과 에이직랜드의 양산 계획이 정확히 언제 취소됐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합병 소식이 나오면서 에이직랜드도 양산이 취소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상 취소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 계획이 취소됐지만 이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양사가 본격적으로 계약을 맺고 양산에 돌입했던 아니라 개발 이후 양산 '계획'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전언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반도체 개발을 계약했다고 해서 반드시 양산까지 이어질 이유는 없다"며 "양산 계획 자체도 매출 가이던스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양산을 시작할 때에는 별도로 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만큼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피온을 인수한 리벨리온 측은 합병 사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피온과 계약한 업체들과 원만하게 합의해 계약을 마무리했다는 입장이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사피온 인수 이후에도 계속 비즈니스를 이어가는 입장인 만큼 법적·도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각 업체와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에이직랜드와 사피온 간 계약은 지난해 마무리된 건인 만큼 구체적으로 따로 언급하는 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에이직랜드 측도 "계약한 금액이 줄거나 수주가 취소됐다면 회사 차원에서 공시 등을 통해 소명하는 게 맞다. 그러나 사피온 건의 경우 상장되기 전에 맺은 계약인 만큼 계약 변경 혹은 취소에 대해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며 "(양산 취소가) 영향이 크다면 클 수는 있겠지만 회사 실적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에이직랜드는 2023년 11월 1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에이직랜드가 영업 적자를 본 이유로는 지난해 회사의 외연 확장을 위한 비용을 대폭 지출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존 125명에서 237명까지 인원을 100명 이상 채용했다. 그중 대부분이 고연봉의 연구개발인력으로, 연간 급여 총액은 81억5600만원에서 144억35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판매비와 관리비도 전년 106억1350만원에서 180억2329만원까지 대폭 올랐다. 또 지난해 8월 대만에 R&D 센터를 설립하면서 5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됐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직랜드는 해당 지사에 현지 인력을 투입하고 4월부터 대만 팹리스기업인 노바텍, 미디어텍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선다.


올해까지는 인건비 증액 등 외연 확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갈 예정인 만큼 올해에도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큰 반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올해도 경력직 채용 계획이 있는데 이를 모두 채용할 경우 인건비로만 5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대규모의 주문형 반도체 설계 수주를 체결한 만큼 내년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지난해 파두, SK하이닉스, 딥엑스 등으로부터 총 660억원 규모의 주문형 반도체 설계 수주를 받았다. 총 수주 잔고는 2024년 연말 기준 107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SK하이닉스와 체결한 407억원 규모의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적용 주문형 반도체 수주가 눈에 띈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를 연결하며 AI 컴퓨팅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조수헌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양산 매출의 가시성은 고객사 규모와 비례하기 때문에 대기업, 빅테크 업체와의 협의 여부가 중요하다"며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 유일하게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고, AI뿐 아니라 메모리 관련 레퍼런스도 가장 많다. 2025년 대만 R&D 센터의 대만 팹리스 용역 수주, 메모리 레퍼런스를 통한 추가 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수주 건들이 양산까지 이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맺은 대형 계약건들은 현재 개발에서 양산까지 넘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금액이 클수록 개발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양산으로 넘어와서 실적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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