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유동성 점검불안한 재무구조 타개책 마련 분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호텔신라가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 이후 처음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며 자금조달에 나서는가 하면 자산재평가를 통해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는데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신용등급의 상향과 이자비용을 감축까지 노리는 셈인데 시장에서는 향후 계열사 매각이나 유형자산의 유동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호텔신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상회하는 면세사업이 구조적 불황에 빠지면서 실적 부진과 현금흐름의 둔화를 겪으면서다. 실제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은 2021년 360.47%→2022년 444.39%→2023년 394.10%→2024년 3분기 말 385.36%로 집계됐다. 이는 동종업계인 호텔롯데와 신세계디에프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120.02%, 227.94%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2020년 12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이후에는 차입금에 따른 이자부담까지 늘어나게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이자비용은 596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516억원보다 15.4%나 증가했다. 이는 호텔신라의 작년 당기순손실 615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결국 '실적 부진-현금흐름 둔화-차입금 증가-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호텔신라는 금융비용 절감을 목표로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상장 이후 처음으로 1327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 대상은 자사주 213만5000주로 1주당 교환가액은 당시 주가에 15% 프리미엄을 붙인 6만2200원으로 정해졌다. 호텔신라는 이를 차입금 상환(1500억원, 이자율 4.65%)에 사용했는데 발행된 EB의 표면·만기이자율이 0%인 점을 감안하면 연간 약 70억원의 이자비용을 줄인 셈이다.
나아가 부채비율을 낮추는데도 성공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말 서울 장충동2가 202 일대와 제주도 신라호텔 부지 등의 토지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호텔신라의 토지자산 장부가액은 1917억원에서 1조1289억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도 2023년 394%에서 지난해 197%로 197%포인트(p) 낮아졌다. 결국 이번 자산재평가는 신용등급을 개선해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이자율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회사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5년물 비중을 줄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텔신라가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면세업의 불황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실제 경쟁사인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1월 부산점에 대한 운영 특허권을 반납했고 현대면세점도 오는 7월까지 동대문점을 폐점하는데 이어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에 호텔신라의 계열사의 매각이나 유형자산의 유동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신라가 완전자회사 SBTM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SBTM은 호텔신라의 여행사업부가 분사해 설립된 회사로 삼성그룹 임직원 출장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작년 372억원의 매출과 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모회사가 영위하는 호텔·면세업과의 연관성은 부족하다는 이유로 잠재적 매각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 외 추가적인 자산유동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 KT나 호텔롯데 등 국내 호텔업체들의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경량화(에셋라이트)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일앤리스백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투자할 계획이다. 호텔신라의 경우도 최근 정관상 사업목적을 수정하는 등 실버사업 진출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향후 발생할 시설투자금(CAPEX)을 사전에 확보할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임차료 부담 증가와 면세 구매액 회복세가 뒤따르지 않는 탓에 추가적인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계열사나 유형자산 매각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계열사나 유동자산에 대한 매각을 계획하고 있진 않다"며 "다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에 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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