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상속세 족쇄 풀린다
연부연납 올 10월 마무리…현금사정 개선, 경영권 방어 주식매입 여력 확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9일 16시 0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창립 55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공=한진그룹)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5년간 옥죄어왔던 상속세 부담이 해소될 전망이다. 부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재산에 대한 연부연납이 올해 10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일가는 자금 숨통이 트일 뿐 아니라 지배력 약화 우려에서도 벗어날 전망이다.


◆올 10월, 조양호 선대회장 상속세 연부연납 종료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여동생 조현민 ㈜한진 사장은 오는 10월31일 종로세무서에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신청한 연부연납 의무가 끝난다.


앞서 한진그룹 오너가는 조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부과된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를 5년간 총 6회에 걸쳐 분납하기로 했다. 당시 조 회장 일가가 담보로 제공한 지분 가치는 총 3200억원 상당(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포함)이었다. 통상 연부연납 담보로 상속세의 120%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내야 할 세금 규모는 2700억원으로 추산됐다.


단순 계산으로 오너일가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는 675억원이다. 하지만 조 선대회장의 재산이 법정 비율에 따라 상속된 만큼 배우자인 이 여사의 세금 부담이 900억원으로 가장 크고, 나머지 세 자녀는 600억원씩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 측은 피상속인(조 선대회장)이 사망한지 6개월째 되는 2019년 10월29일 국세청에 상속세를 신고했고, 지금까지 5회분 총 2250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 일가는 마지막 기한에 맞춰 450억원 가량만 더 내면 된다.


◆급여·배당 만으로는 역부족…계열사 주식 매도까지


조 회장 일가는 연부연납 의무가 사라지게 되는 만큼 현금 유동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가의 알짜 계열사 주식 처분은 자금 상황이 빠듯하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오른쪽)과 조현민 ㈜한진 사장이 2022년 4월8일 오후 경기 용인 기흥구 소재 선영에서 열린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3주기 추모 행사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스1>

조 회장과 이 전 이사장, 조 사장 3인은 2021년 3월 정석기업 주식을 고려아연 측으로 팔았다. 부동산 임대 및 건물 관리 용역업의 정석기업은 고정적인 수입원이 보장된 터라 매년 적지 않은 배당금을 수령할 수 있는 현금 화수분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9326주를 팔아 30억원을 확보했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사장은 이 회사 주식 전량을 매도해 각각 271억원, 181억원을 챙겼다.


특히 이 전 이사장의 경우 조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한진칼 주식 314만1137주(5.31%, 보통주 기준)를 상속받았으나 작년 말 기준 179만136주(2.68%)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전 이사장은 2021년 10월과 2023년 9월, 올해 2월 세 차례에 걸쳐 시간외매매로 한진칼 주식을 처분한 결과 총 663억원을 마련했다.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뒤 가족들과 연을 끊은 조 전 부사장은 공식적인 수입원이 없던 만큼 한진칼 주식 대부분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말 기준 383만7394주(6.49%)였던 한진칼 주식 수(보통주 기준)는 현재 62만2015주(0.93%)에 불과하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사장은 산업은행에 의해 각각 한국공항 고문과 한진칼 전무에서 물러났다. 조 사장의 경우 ㈜한진에서 마케팅총괄 겸 디지털플랫폼사업총괄을 역임 중이지만, 연간 보수는 5억원을 밑돈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핵심 계열사들은 줄줄이 배당을 멈췄으며, 조 회장은 팬데믹 기간 고통분담 차원에서 보수를 반납하기도 했다.


◆산은 덕 조 회장 경영권 안정…이탈 대비해 지분율 늘려야


업계는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칼 주식 17.4%를 들고 있는 2대주주 호반건설을 잠재적 위협 세력으로 봐야한다는 이유에서다. 호반건설과 한진그룹 사이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없는 데다, 호반건설이 항공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조원태 회장 특수관계자, 한진칼 지분 보유 현황. (그래픽=이동훈 기자)

한진칼 주요 주주 현황을 살펴보면 조 회장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약 31.3%로 집계된다. 여기에는 주식 공동보유 계약을 맺은 산은이 보유한 10.6%가 포함돼 있는데, 해당 지분을 제외하면 20.7%다. 조 회장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을 고려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조 회장의 잠재적 우군인 산은의 한진칼 주식 보유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산은은 추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고, 통합 항공사의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면 지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오너일가의 한진칼 지분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상속세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면 보수와 배당 수익 등을 활용해 주식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오너일가의 상속세 납부 등은 개인적인 내용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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