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기업회생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연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익스프레스) 매각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익스프레스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는 가운데 잠재적인 원매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익스프레스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GS리테일이나 BGF리테일, 롯데, 이랜드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을 재추진할 전망이다. 매각 추진 여부는 법원의 인가와 채권단의 동의 여부에 따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채무 변제를 위해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회생절차 이전에도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해왔다. 회생절차상 매각 추진이 일시 중단된 것일 뿐이지 MBK의 매각 의지는 여전하다. 지난달 4일 MBK가 채권단에 제출한 문서를 보면 홈플러스 점포 추가 매각과 함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계획이 담겼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약 31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2위 사업자다. SSM은 대형마트와 달리 접근성이 좋고 소포장 상품이 많아 매출 성장세가 꺾인 대형마트와 달리 최근 2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뤘다.
시장에선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난 뒤에는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탐내는 원매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 중이다. 실제로 회생계획인가 전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은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을 평가받았지만 이번 매각 과정에서 청산가치 136억원에 그쳤다.
잠재적 후보군으로는 이전 매각 추진 당시에도 꾸준히 거론됐던 GS리테일, BGF리테일을 비롯해 롯데, 이랜드 등이 거론된다. 우선 이미 SSM업계 1위인 GS리테일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슈퍼마켓의 시장점유율은 32% 수준으로 20%대 초반대로 추정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 과반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
특히 GS리테일은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던 호텔이 빠진 공백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다. 작년에는 주력인 편의점과 홈쇼핑 사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9%, 8.4% 감소하며 본업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GS리테일의 슈퍼사업은 지난해에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 15.4% 늘어난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탄탄한 실적을 이어갔다. GS리테일 입장에선 슈퍼 점포 수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를 통해 더 늘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수익성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 독과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도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하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전망이다.
GS리테일의 경쟁사인 BGF리테일도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슈퍼를 가지고 있는 GS리테일과 달리 BGF리테일은 CU를 통해 편의점 사업만 하고 있다. 최근 정체기에 접어든 편의점 사업 대신 슈퍼로 매출 동력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23년 기준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580개로 과포화 상태다. 1~2인 가구 수요로 꾸준히 늘어나던 매출도 작년부터는 한 풀 꺾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매출 증가율은 4.3%로 전년(7.6%)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에 BGF리테일은 매출 증가세를 유지하고자 신선식품, 초저가 상품 등을 출시하며 대형마트와 슈퍼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슈퍼를 인수하면 신선식품과 생필품 쪽에서 구매력이 강화될 수 있다.
대형마트와 슈퍼의 상품본부를 통합하며 구매력(바잉 파워)을 강화한 롯데도 후보로 언급된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상품본부를 통합하며 규모의 경제를 갖춰 상품 매입단가를 절감했다. 그 결과 2023년 롯데마트는 2014년 이후 최대 흑자(873억원)를 내는 등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롯데마트가 익스프레스를 인수하게 되면 이 효과를 더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경쟁사인 이마트가 마트와 슈퍼, 편의점까지 합심해 상품 매입에 나서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롯데도 이를 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모두 이마트, 홈플러스에 뒤지는 업게 3위 사업체다.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더 많은 점포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홈플러스 일부 점포를 부분 인수하기 위해 자사 마트와 상권이 겹치지 않는 곳이 어딘지 시장 파악에 나섰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 외 최근 슈퍼와 편의점 사이 모델인 '킴스편의점'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랜드리테일도 후보로 언급된다.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효율화 작업을 단행하며 킴스클럽 점포 수가 30개 밑으로 내려갔다. 대신 킴스편의점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내수부진 속에서 최근 이랜드리테일이 외형 축소에 힘을 주고 있지만 본래 이랜드그룹은 공격적인 M&A로 커온 기업이다. 과거 이랜드그룹은 매출 부진으로 폐점한 AK플라자 구로본점을 인수해 NC백화점 신구로점으로 되살려낸 전력이 있기도 하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매각은 홈플러스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며 "익스프레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GS리테일이나 BGF리테일, 롯데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익스프레스 매각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잠정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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