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각 계열사 수뇌부를 교체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재무 전문가인 박종호 사장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신임 대표이사를 꿰찼다는 점이다. 외부 출신인 박 사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몸 담은지 약 15년 만에 조 회장 최측근 입지를 구축했다.
◆ 2011년 한국타이어 CFO 입사…조 회장 따라 한온시스템 파견도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 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박 사장은 조 회장과 함께 지주사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그리게 됐다. 안종선 전 한국앤컴퍼니 대표는 한국타이어 대표로 이동했으며, 한국타이어 대표를 맡던 이수일 부회장은 한온시스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1964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회계학 석사를 취득했다. 1986년에는 행정고시 30회에 합격하며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했다. 그가 민간 기업으로 적을 옮긴 것은 1999년이다. LG전자 수석 금융부장으로 특별 채용된 박 사장은 37세이던 2001년 LG전자 최연소 임원(상무)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박 사장이 이른바 '한타맨'이 된 것은 2011년이다. 한국타이어는 경영기획본부를 신설하고 박 사장을 기획재정부문장(전무)으로 영입했다. 그는 4년 뒤인 2015년 한온시스템으로 이동해 경영기획본부장이 됐다. 한국타이어가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와 함께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한 데 따라 경영 개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취득하며 최대주주가 됐으며, 한국타이어는 19.5%를 확보하며 2대주주에 올랐다.
주목할 대목은 박 사장이 한국타이어에서 한온시스템으로 파견된 배경에 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지분 취득은 조 회장이 강력하게 주도한 사업이다. 단순 타이어 제조사에서 탈피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신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지분 확보 이후 이 회사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한 이유도 깊은 애정에서 비롯됐다.
박 사장은 유일하게 조 회장과 함께 한온시스템으로 이동한 임원이다. 특히 박 사장은 조 회장이 2년간의 한온시스템 기타비상무이사 임기를 보내고 한국타이어로 복귀할 때에도 동행했다.
◆ 곳간 등 살림살이 전반 관장…조 회장과 '각자 대표'
한국타이어 현금 곳간지기로 돌아온 박 사장은 1년 만에 경영지원총괄에 오르며 살림살이 전반을 챙겼다. 이어 박 사장은 2021년 3월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며 사내이사가 됐고, 그해 말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 3월부터는 한국앤컴퍼니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했고, 올해 1월에는 한온시스템 기타비상무이사도 맡고 있다.
특히 박 사장은 조 회장 사단으로 불리는 다른 임원들과 비교해도 유독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이 부회장은 지주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한국타이어 공동 대표로 발탁된 안 사장과 이상훈 사장도 각각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에서만 경력을 쌓아왔다.

반면 박 사장의 경우 주요 계열사 3곳의 등기임원을 두루 거치며 본업인 타이어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을 뿐 아니라 한온시스템의 주요 사업 구조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알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세'로 봐도 무방하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공동 대표 체제인 한국타이어와 다르게 한국앤컴퍼니의 경우 각자 대표 체제를 따르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공동 대표 체제는 복수의 대표가 공동으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예컨대 한국타이어의 경우 안 사장은 기술적 이해도가 높은 데다, 경영전략 부문에서도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사장은 글로벌 핵심 시장을 거친 실무 전문가다. 공동 대표인 두 사람은 서로의 강점을 부각시키면서 합의된 의사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각자 대표는 대표자 개개인이 단독으로 의사결정권을 가진다. 만약 특정 대표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나머지 대표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박 사장은 지주사 대표로서 조 회장이 주도하는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미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성과 경영혁신을 지원할 것"이라며 "모빌리티 비즈니스와 재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테크놀로지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회사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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