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현대제철이 미국 일관제철소를 건설을 위한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유상증자가 아닌 외부 투자자와 합작법인(JV)를 설립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제철소 투자의 자본구조는 자기자본, 타인자본 5대 5로 할 예정이고, 자기자본의 과반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공동투자할 방침이다.
JV가 차입할 자금에 대해 완공 전까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출자 비중에 따라 부담을 분배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이자비용이 현대제철에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현대제철의 재무부담이 예상보다 극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5일 IR을 통해 미국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데 유상증자는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총 58억달러(약 8조4953억원)이 투자되는 상황이라 유상증자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제철의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SDI 등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진 것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보이는 만큼 현대제철이 주주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 및 외부투자자와 공동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본구조는 자기자본 50%, 외부차입 50%로 검토 중인데, 자기자본의 과반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현대차그룹의 공동투자가 예상된다. 또한 JV 형태로 지분을 출자한 후 외부 차입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를 검토한 바 없다고 이야기한 만큼 현대차그룹 주도의 미국 철강 JV를 설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예상 투자비 58억달러 중 29억달러는 차입, 29억달러는 현대차그룹과 미국 파트너가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자동차그룹이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따라 현대제철의 출자 비중이 달라진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자기자본의 50%를 상회하는 수준에서 투자를 하면 제철소 투자인 만큼 현대제철의 비중이 50%~70%에 달할 전망이다. 만약 현대자동차그룹에서 50%를 출자하면 그룹사 출자에서 현대제철의 비중은 비율에 따라 최소 1조600억원이다. 60%를 출자하면 현대제철의 출자금은 1조2800원~1조79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JV의 지분 25%~30%가량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 중이다. 지분율은 협의 중이지만, 미국 제철소가 현대제철 연결실적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결종속회사를 정의할 때 '유의미한 행사력'을 중점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의사결정 참여 ▲주식의 보유 비율 ▲계약 및 협약 등이다. 즉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지분 50%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철소인 만큼 현대제철이 유의미한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30% 지분율을 확보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지분법 손익으로도 실적에 반영될 수 있지만, 연결실적으로 들어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북미 제철소의 영업이익률을 10%로 가정하면 기업가치는 4조9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차입금 4조2500억원을 차감하면 시장가치는 7330억원이고 현대제철의 지분율(30%)를 적용하면 지분가치는 2199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현대제철의 현지 생산은 미국 내 철강재 생산 물량에 대해 관세를 받지 않고 현대·기아차 등의 캡티브 시장을 시작부터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적으로 수익성만 확보된다면 연결실적으로 들어오는 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북미 제철소에 출자하는 비중이 높더라도 현대제철의 재무부담이 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의 지분율이 30%라면 8억7000만달러(약 1조2743억원)가량을 출자해야 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1조8741억원이다. 장부금액 1조3018억원의 현대모비스 지분 5.92%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현대제철이 유상증자를 검토하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설립된 JV에서 절반을 차입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완공 전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기자본을 제외한 4조2500억원가량의 차입금을 2026년 3분기부터 11개 분기에 걸쳐 금리 4%로 조달한다면 누적 이자비용은 대략 2550억원으로 추산된다. 다만 각각의 투자 주체들이 나눠서 부담하다 보니 개별 이자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누적 이자비용은 투자 주체들에게 완공 전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지만 지분율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이 부담할 개별 이자비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미국 제철소 투자는 현대제철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비용부담이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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