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B세미콘이 특정 고객사에 대한 수주 민감도를 줄이기 위해 거래선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삼성전자와 LX세미콘을 대상으로 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매출을 줄여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 경우 자본적지출(CAPEX) 투자도 예상 대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B세미콘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결 기준 주요 매출처는 A사가 44.58%, B사가 28.48%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사는 LX세미콘, B사는 삼성전자로 추정된다. 이는 LX세미콘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주요 자회사 LB루셈의 LX세미콘 의존도가 80%에 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B세미콘만 별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제1거래처, LX세미콘이 제2거래처로 파악된다.
연결 기준 두 거래처의 매출 비중은 73.06%로 높은 편이다. 이들 두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과하다보니 업황 변화에 따른 수주 민감도가 높게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LB세미콘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범핑과 테스트, 백엔드 등에 특화된 기업인데, 최근 경쟁이 심화된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수익성을 개선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LB세미콘은 올해 '탈 DDI'와 함께 '거래선 다변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김남석 LB세미콘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만큼 빠르게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매출의 90%가 국내에서, 1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3년 내 해외 매출을 40%로 늘릴 것"이라며 국내 고객사인 삼성전자, LX세미콘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줄일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DDI 의존도가 높은 LX세미콘과 달리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단순히 매출 비중을 줄이는 것보다는 CMOS 이미지센서(CIS),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프로브테스트 등 다른 사업 부문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다만 카메라 모듈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 CIS의 경우 최종 응용처인 모바일 시장이 크게 정체된 탓에 수익을 크게 내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LB세미콘은 매출 실적을 반도체와 폐배터리 재생 사업 부문으로 크게 묶어 분류하고 있어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CIS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재고 정책이 최근 보수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제 생산되는 물량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테스나의 경우에도 지난해 처음으로 CIS 가동률이 60% 이하로 떨어진 바 있다. 현재 CIS 시장은 삼성전자와 소니가 양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단계에서 칩 내 전기적 신호가 잘 이뤄지는 검사하는 프로브테스트 장비의 경우, 그간 CC 인증을 받지 못해 미국 구글과 중국 업체들에 저사양 모델만 납품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후공정 업계 한 관계자는 "LB세미콘이 지난해 CC 인증을 획득하면서, 이제는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될 AP 프로브테스트 수주도 가능해졌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LB세미콘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AP를 시작으로 첫 플래그십 모델 수주를 노리는 모습이다. 특히 엑시노스2600이 내년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에 탑재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회사 측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50% 급감하는 등 전사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을 고려해, 수익을 방어할 수 있는 출구 전략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응하고자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번 AP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LB세미콘이 웨이퍼 테스트에 투입한 장비가 비가동 상태가 돼 비용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테스트 장비 10대 분량을 투자할 것을 요청한다고 가정하면, 회사 측에서는 우선 절반만 투자하는 식으로 수익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B세미콘이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게 되면, 현재 '셧다운' 상태인 평택 신규 공장의 공사를 재개하는 등 투자 열기가 다시금 불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장은 최근 흡수합병한 자회사 LB루셈이 일진디스플레이로부터 530억원에 인수한 시설로, 고객사 수요 부진으로 내부 설계 투자는 중단된 것으로 전해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 수주 물량이 많을 것으로 보고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공장을 매입했으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하면 고정비만 늘어나게 된다"며 "올해 총 자본적지출(CAPEX) 예상치도 600~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나, 전사 수익성이 개선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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